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강자들이 소아·청소년으로 치료 대상을 넓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 연령대의 비만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기부터 비만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챗GPT

노보 노디스크는 8일(현지 시각)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소아 비만 환자에서도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은 6~11세 비만 아동 16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주 1회 위고비를 투여받는 동시에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과 신체 활동 증대를 병행했다. 그 결과 위고비 투여군의 40.4%는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체중 또는 과체중 범주까지 낮아졌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해당 범주로 개선된 아동이 한 명도 없었다.

위고비는 이미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12세 미만 소아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보는 이번 결과를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비만학회(The Obesity Society)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도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의 소아·청소년 대상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릴리는 6~11세 소아 대상 임상 1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와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2023년부터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성인 비만 치료제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온 노보와 릴리의 경쟁 무대가 소아·청소년 시장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처럼 비만 치료제의 적용 연령을 낮추는 것은 소아 비만이 성인기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아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이요법과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 체중 감량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성장기에 형성된 비만은 성인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0대에 시작된 비만은 20~30대의 이른 당뇨병과 고혈압,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적·사회적 부담도 크다. 비만인 아동은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뿐 아니라 우울증과 섭식장애, 또래 괴롭힘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연구에서는 소아 비만 환자의 삶의 질이 암 치료를 받는 아동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환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비만연맹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5~19세 아동·청소년 가운데 약 1억7700만명이 비만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2040년까지 2억28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소아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약물 치료 옵션은 성인에 비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GLP-1 계열 치료제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성장기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장기적인 안전성 검증은 과제로 남는다.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약물의 장기 투여가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까지 확인해야 하는 만큼, 소아·청소년 비만약 시장은 성인 시장보다 더욱 엄격한 임상적 검증을 거쳐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