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인맞춤형 메신저 리보핵산(mRNA) 암 백신의 임상 3상 성공을 계기로 항암제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을 넘어 암 백신 단독요법 가능성을 평가하는 한편, 주사 한 번으로 몸속에서 바로 암세포를 죽이는 '인비보(In vivo)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카티)'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 로고 앞에 주사기와 바늘이 놓여 있는 모습을 연출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다양한 mRNA 기반 암 백신·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으로 임상 3상 성과를 낸 개인맞춤형 암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도 단독요법을 포함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희수 모더나코리아 부사장은 "MSD와 공동 개발 중인 병용요법 외에도 인티스메란 오토진의 단독요법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전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며 내년 말쯤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임상 결과가 공개된 인티스메란 오토진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암 재발과 전이를 억제하는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 mRNA 기반 암 백신이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암세포 특유의 돌연변이를 분석한 뒤 면역반응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는 신생항원을 선별해 환자별 맞춤 치료제로 제작한다.

현재 후기 임상을 비롯한 병용요법 개발은 MSD가 주도하고 있다. MSD는 한국에서도 후기 임상에 참여할 흑색종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임상을 진행 중이다.

모더나는 이번 임상 성과를 발판으로 개인맞춤형 암 백신을 넘어 mRNA의 항암 치료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힐 계획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주사 한 번으로 체내에서 바로 암세포를 죽이는 차세대 카티 기술인 '인비보 카티'다. 리보핵산(RNA)을 특정 면역세포에 전달해 환자의 몸속에서 직접 카티 세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기존 세포치료제의 제조 공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김 부사장은 "mRNA를 인비보 카티에 활용한다면 기존 세포치료제의 복잡한 제조 과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외부에서 조작·배양한 뒤 다시 투여하는 과정을 줄이고 체내에서 직접 면역세포의 기능을 유도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암 환자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mRNA 치료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가장 핵심 후보물질인 'mRNA-4359'는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 병용요법과 단독요법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공개된 1·2상 결과에서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의 1차 치료에서 유의미한 항종양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항암 분야에서 mRNA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모더나는 감염병 백신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차기 핵심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것이 노로바이러스 백신이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을 중심으로 구토와 설사 등을 일으키는 주요 감염병이지만 바이러스 유형이 다양하고 변이가 잦아 백신 개발 난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과거 여러 기업이 백신 개발에 도전했지만 임상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모더나는 현재 노로바이러스 백신의 후기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모더나는 기존 핵심 사업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접종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를 감기와 비슷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예방접종률은 인플루엔자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내년도 코로나19 백신 조달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약 10% 줄었으며 조달 물량도 약 50만 도스 감소했다.

김 부사장은 "코로나19는 여전히 고령층에서 입원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호흡기 감염병인 만큼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의 정기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며 "고령인구 증가에 맞춰 고위험군이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접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