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통해 코로나 신약 로비를 벌인 제약사 제넨셀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임상 시험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넨셀은 이 과정에서 임상을 위탁한 업체에 정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소송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1부는 임상 시험 수탁 기관 A사가 제넨셀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청구 소송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A사는 지난 2024년 2월 제넨셀이 임상 용역비 28억여 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는 작년 9월 제넨셀이 이 가운데 4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넨셀이 불복해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다.
이 사건 판결문 등에 따르면 제넨셀은 코로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2021년 1월 A사와 임상 시험을 위탁하는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제넨셀은 그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시험 계획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넨셀 설립자인 강모씨는 이 과정에서 브로커 양씨를 통해 식약처에서 임상 승인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부탁했고, 김 후보자는 당시 김강립 식약처장에게 잘 챙겨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넨셀은 2021년 10월 식약처에서 임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제넨셀은 이 과정에서 코로나 신약 임상 대상자를 300명에서 414명으로, 다시 424명으로 확대했다. A사와의 용역비 계약 금액도 99억원에서 120억원, 128억원으로 늘었다.
제넨셀은 당시 용역비를 수차례 나눠 지급하기로 했고, 그해 1월부터 11월까지 A사에 36억원을 지급했다. A사는 이듬해인 2022년 5월부터 12월까지 임상 대상자 109명을 모집했다. 실제 임상에 참여한 인원은 100명이다. 제넨셀은 이 과정에서 A사, 서울 한 병원을 끼고 7억8000만원짜리 연구 용역을 별도로 의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넨셀은 2023년 2월 돌연 임상 중단을 요청했다. 제넨셀은 "임상 절차를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자금 흐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라는 이메일을 A사에 보냈다. 제넨셀은 "추가 비용 지급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니 양해를 구합니다"라면서 "대외적으로는 임상 포기가 아닌 일시 중단이니 고려하라"고 했다. 그해 5월 임상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제넨셀과 A사는 임상 정산금을 놓고 의견 차이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사는 환자 모집까지 진행했는데 제넨셀이 제대로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A사는 그해 6월 제넨셀에 대한 예금 채권 가압류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가압류를 결정하자 제넨셀이 이의를 신청했고, 법원은 2024년 1월 가압류를 인가(認可)했다.
A사는 이후 제넨셀을 상대로 용역비 28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고,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넨셀이 당시 코로나 치명률이 낮아지자 임상을 지속해도 유효성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봤다. 제넨셀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강씨는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후원금 계좌로 500만원을 송금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금 한도가 차서 실제 송금이 이뤄지진 않았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김 후보자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공소 제기를 미루는 것이다. 김 후보자 인사 청문 준비단은 이날 "식약처에 고충 민원을 단순 전달한 것"이라면서 "치료제 승인을 요구하지 않았고 심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와 별도로 동물 실험 부작용 사례를 삭제한 채 식약처에 임상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서부지법은 강씨에 대해 허위 자료로 임상 시험을 승인받은 혐의 등으로 2024년 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