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이 올들어 21조원을 넘어섰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약물 제형과 주입 방식을 바꿔주는 플랫폼부터 비만, 치매약 후보 물질이 기술 수출을 이끌고 있다.
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기술 수출 계약 13건을 성사시켰다. 이 가운데 계약 규모를 공개한 11건은 총 21조352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약 20조원)보다 많다. 업계는 남은 하반기 기술 이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알테오젠·한미약품·아리바리오 兆단위 기술 수출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196170)은 지난 2일 스위스 노바티스와 최대 4조4165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은 의약품을 정맥(靜脈) 주사에서 피하(皮下) 주사 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 ALT-B4)을 갖고 있다. 피하 주사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약물을 투여할 수 있어 편리하다. 노바티스는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알테오젠은 이를 포함해 올해 기술 수출 4건을 진행했다. 1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자회사 테사로와 최대 4200억원, 3월 바이오젠과 8676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달엔 5219억원짜리 기술 이전을 진행했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미약품(128940)도 올해 기술 수출 2건을 달성했다. 지난달 근육을 보존하는 비만약 후보 물질(HM17321)을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최대 3조1892억원에 이전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계약금만 2629억원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장 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소네페글루타이드)을 미국 일라이 릴리에 최대 1조8973억원에 기술 수출했다. 임상 2상 단계로 일라이 릴리가 추가 임상과 상업화 등을 진행한다.
아리바리오는 지난 5월 중국 푸싱제약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AR1001)을 최대 7조원에 기술 수출했다. 단일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큐라클(365270)과 맵티스는 망막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MT-103)을 공동 개발해 미국 메멘토에 1조5636억원에 수출했다. 그밖에 오스코텍(039200)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세비도플레닙)을 미국 아지오스에, 네오이뮨텍(950220)은 면역 항암제 후보 물질(NT-I7)을 미국 툴러런스 바이오에 이전했다. SK플라즈마도 튀르키예 기업 프로투루크에 혈액을 원료로 하는 필수 의약품 생산 기술을 수출했다.
◇특허 절벽에 K바이오 주목하는 해외 제약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신약 후보 물질이나 기술을 해외 제약사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금과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기술료), 제품 판매 수익의 일부(로열티) 등을 받는 방식이다. 다만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 금액이 전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허가와 시판 등에 성공해야 받을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포함한 금액이다.
K바이오가 기술 수출로 성과를 내는 것은 대외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제약사의 주요 약물들은 조만간 특허 절벽에 마주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외부에서 찾으며 국내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기술을 도입하려는 해외 제약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수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끝까지 개발을 완주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는 관점도 있다. 중간 개발 단계에서 해외 제약사에 물질을 넘기다 보니,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을 받을 수 있어도 최종적인 과실은 해외 제약사가 갖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독자 개발하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