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바이오(397030)가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기술을 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 중단 위기를 딛고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앞서 룬드벡이 해당 후보물질의 갑상선안병증(TED)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했는데, 다시 신경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 전략을 변경했다.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룬드벡은 최근 자사의 개발 파이프라인에 에이프릴바이오의 후보물질 'APB-A1'의 개발명인 'Lu AG22515'를 'CD40L 차단제·신경학(Neurology)·1상'​으로 분류해 올렸다.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의 초기 개발 파이프라인. /룬드벡 홈페이지

당초 룬드벡은 Lu AG22515를 TED 치료제로 개발했다. 그러나 임상 1b상에서 약물이 목표한 기전(원리)대로 작용한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생물학적 변화가 실제 증상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후속 개발을 중단했다.

다만 안전성과 내약성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돼, 다른 적응증을 탐색하기로 했다.

이후 회사는 자사의 파이프라인에서 개발 분야를 신경학으로 변경해 이 후보물질을 다시 올렸다.

Lu AG22515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지속형 단백질 플랫폼 'SAFA'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T세포 등에 존재하는 CD40L 단백질을 차단해 면역세포 간 신호를 억제하고 과도한 면역반응을 낮추는 방식이다.

룬드벡은 "CD40L을 차단하는 것은 광범위한 자가면역 관련 신경질환 치료에 강력한 가능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다발성경화증(MS),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 중증근무력증(MG) 등을 주요 타깃 적응증으로 꼽힌다.

에이프릴바이오로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물질의 개발이 완전히 중단됐다면 추가 기술료(마일스톤)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SAFA 플랫폼 가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회사가 2021년 당시 룬드벡과 맺은 APB-A1의 기술 이전 계약 규모는 최대 4억4800만달러(약 6080억원)로 계약금과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등이 포함됐다.

관건은 새로운 적응증에서 Lu AG22515가 실제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아직 구체적인 임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기술수출 후보물질이 기존 적응증에서 개발에 실패한 뒤 다른 질환으로 방향을 틀어 재도전하는 사례는 업계에서 드물지 않다.

한미약품(128940)의 '에피노페그두타이드'가 대표적이다. 당뇨·비만 치료제로 얀센에 기술 수출됐던 이 물질은 개발 과정에서 권리가 반환됐지만, 한미약품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전환했고 2020년 미국 머크(MSD)에 다시 기술 수출했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의 'HL161(바토클리맙)'도 갑상선안병증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이후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개발 영역을 넓혔다.

바이오 투자업계 전문가는 "룬드벡이 APB-A1의 개발 포기가 아닌 적응증 변경을 택했다는 건 후보물질의 개발 가치가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추후 개발 진전에 따라 에이프릴바이오의 기업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이프릴바이오 파이프라인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의 다른 기술 수출 후보물질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에보뮨에 기술을 이전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APB-R3(EVO301)'은 9월 말 임상 2a상 전체 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는 2027년 중반 2b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최근 RNA(리보핵산) 치료제 전문가를 영입하고 큐리진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섰다.

한편, 에이프릴바이오는 2013년 차상훈 강원대 교수가 설립한 회사다. 지난 7월, TKG그룹(옛 태광실업) 계열사 TKG휴켐스(069260)와 IMM 계열 투자자들이 참여한 346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IMM 측 투자목적회사가 최대주주가 됐으며, TKG휴켐스가 이사회 5석 중 3석을 지명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