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시장의 의문에 답했다.
최근 시장에선 이 회사가 보유 현금이 2조원 넘게 있는데도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특히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대해 회사는 2034년까지 이어질 15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일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유상증자 배경과 중장기 투자계획을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3조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발행주식의 4.9%에 해당하는 신주 227만주를 발행하는 규모다. 유상증자 발표 당일 주가는 6.78% 급락하며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단순히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6·7공장과 제3바이오캠퍼스 등 중장기 투자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앞으로 이어질 성장을 위한 다양한 투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4년까지 계획된 전체 투자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밝힌 유증 배경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① 15.4조원 투자 재원 선제 확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와 6·7공장, 제3바이오캠퍼스, 미국 생산시설 확대 등에 2034년까지 총 15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유증을 특정 인수 자금이 아닌 전체 투자 사이클을 고려한 자본 확충으로 설명했다.
② 차입보다 자본조달…부채 부담 최소화
3조원을 전액 차입하면 부채비율이 현재 50%대 초반에서 80%대 후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 금리와 신용스프레드 등을 고려하면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빚으로 감당하는 데 부담이 있다는 판단이다.
③ 투자 초반 현금 유출에 대비
상반기 말 현금은 약 2조2000억원이지만 폴리펩타이드 인수와 공장 증설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투자 초반 현금 유출이 집중될 전망이다. 유증을 하지 않을 경우 연말 약 5000억원의 현금 부족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로선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2029년까지 추가 차입은 계획하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은 향후 투자계획과 현금 창출력,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 3년 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신규 발행 주식 수는 기존 발행 주식 수의 4.9% 수준으로 주가 희석 부담은 제한적이지만, 예상보다 큰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론 이 회사의 노사 불확실성 해소와 신규 수주 재개가 주가 반등의 열쇠로 꼽힌다. 인천 송도 5공장과 미국 공장의 수주·가동률,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의 수주 상황, 6공장 착공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업가치는 조달 자금의 투자 성과와 신규 수주 회복 여부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5조4000억원의 중장기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입증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