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관절염 등 염증성 질환 치료제로 쓰이는 미국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우파다시티닙)'가 중증 원형탈모 환자의 모발을 다시 자라게 하는 데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향후 원형탈모 치료제 허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파다시티닙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 피부과학회지(JAMA Dermatology)'에는 중증 원형탈모 환자 13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파다시티닙의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우파다시티닙 15㎎ 복용군과 30㎎ 복용군, 위약군으로 나눠 하루 한 차례 약물을 투여했다. 참가자들은 시험 시작 당시 평균적으로 두피 모발의 83.9%가 빠진 중증 원형탈모 환자였다.
24주간 투여한 결과 두피의 80% 이상이 머리카락으로 덮인 환자 비율은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 15㎎ 복용군이 45.2%, 30㎎ 복용군이 55.0%로 나타났다.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도 각각 44.6%, 54.3%가 같은 기준을 충족했다.
반면 위약군에서 두피의 80% 이상이 머리카락으로 덮인 환자는 첫 번째 시험에서 1.5%, 두 번째 시험에서 3.4%에 그쳤다.
린버크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해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주성분인 우파다시티닙은 면역체계의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 계열 약물이다.
원형탈모는 면역체계가 모낭을 잘못 공격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연구진은 우파다시티닙이 모낭을 공격하는 면역 반응을 억제해 모발 재성장을 돕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파다시티닙은 아직 원형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지 않았다. 이번 임상시험은 우파다시티닙 개발사인 애브비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애브비는 연구 설계와 자료 수집·분석, 논문 검토 과정에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장기적인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애브비가 원형탈모로 치료 범위를 확대할 경우 국내 제네릭 시장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치료 범위나 특정 환자군에서의 사용 방법을 보호하는 용도특허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종근당(185750), 대웅제약(069620), GC녹십자(006280), 일동제약(249420), 휴온스(243070) 등은 린버크 제네릭 개발을 준비하면서 애브비의 국내 특허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린버크의 염·결정형 특허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했고, 인용 심결을 받았다. 염 특허는 약의 주성분을 다른 물질과 결합해 안정적으로 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다. 결정형 특허는 같은 성분이라도 분자 구조를 다르게 만들어 약의 안정성이나 보관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호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자신들이 개발하는 우파다시티닙 제네릭이 애브비의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관련 특허가 만료되는 2036년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내에서 허가받은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만성질환에 쓰이는 제네릭을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제네릭이 출시된 이후에도 중증 원형탈모 등 탈모 질환에 대한 별도의 용도특허가 유효하다면 해당 질환을 대상으로 한 처방이나 판매에는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우파다시티닙의 치료 범위 확대 여부와 이에 따른 애브비의 특허 전략이 국내 제네릭사의 시장 진입 시점과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린버크는 애브비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의 뒤를 이을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꼽힌다. 휴미라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톡톡히 메우며 애브비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린버크는 JAK 억제제 가운데 가장 많은 9개 질환의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며, 젤잔즈와 올루미언트, 시빈코 등 같은 계열 치료제 가운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린버크는 애브비의 핵심 성장 품목인 만큼 회사가 주요 특허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출시를 추진하려면 기존 특허뿐 아니라 향후 추가될 수 있는 용도특허까지 면밀하게 검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