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1차 제약산업 혁신 민·관협의체'를 열고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가 연구개발(R&D)에 일정 수준 이상 투자하는 중소·벤처 제약사를 대상으로 '준(準)혁신형 제약기업'을 신설한다.

현재 정부는 R&D 투자 비중이 큰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을 인증해, 정부 R&D 사업 가점, 세액공제, 보험약가 우대, 의약품 우선심사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를 전면 개편해 R&D 투자 기준을 높이고 정량 평가를 강화했다.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보다 문턱을 낮춰 R&D 투자 수준을 충족하는 중소·벤처사를 지원하는 성장 사다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1차 제약산업 혁신 민·관 협의체'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과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정부·공공기관·제약바이오업계·전문가 등 21명이 참여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보건복지부 제공

◇'준혁신형' 신설…R&D 기업 단계별 육성

복지부는 '스타트업→준혁신형→혁신형→글로벌 수준 제약사'로 이어지는 단계별 육성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선 최근 정부의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약가 인하로 국내 중소 제약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일정 수준의 R&D 투자를 하는 기업에 약가 우대를 제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가 깔려있다.

앞서 준혁신형 기업이 생산하는 신규 등재 제네릭에는 약가 우대를 최대 4년간 50% 적용하고, 기등재 약제에는 3년간 47% 수준의 약가를 적용하는 내용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의결됐다.

이번 협의체는 약가 우대를 적용할 기업을 구체적으로 지정·운영하기 위한 후속 방안을 논의했다.

준혁신형은 의약품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중심으로 지정한다.

직전 3개년도 평균 의약품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은 R&D 비중 7% 이상과 최소 50억원의 R&D 투자를 충족해야 한다.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은 5%, 미국 cGMP 또는 유럽연합(EU) GMP 품질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3% 이상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리베이트나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 등 결격사유는 혁신형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지정 기간은 3년으로 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신청·접수와 심사를 맡는 방안이 논의됐다. 복지부는 연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준혁신형 제약기업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그래픽=정서희

◇외국계 제약사 인증 배점 손질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같은 외국계 제약사의 국내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평가 기준도 구체화했다.

외국계 제약사는 국내 제약사 인증 기준과 외국계 제약사 인증 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외국계 제약사의 국내 연구·생산시설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생산시설 관련 배점은 5점에서 8점으로 높인다. 제휴·협력 활동 배점도 8점에서 14점으로 상향한다.

반면 외국계 제약사는 본사가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기술이전 성과 배점은 8점에서 3점으로 낮춘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뉴스1

◇매달 협의체 개최…11월 종합대책

협의체에서는 ▲혁신형 및 준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의약품 판매위탁사(CSO) 관리·감독 강화 ▲제네릭(복제약) 중심 기업의 규모화·전문화 및 수출 기업화 ▲바이오신약·개량신약·천연물신약 개발 촉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및 제조 혁신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복지부는 오는 11월까지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한 뒤 제약산업육성·지원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협의체에서 우리나라의 제약산업 현주소를 공유하고, 치열한 논의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끌어갈 제약산업의 육성·발전 방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제시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은 47곳으로 일반 제약사 32곳, 바이오벤처 11곳, 외국계 제약사 4곳이다. 지난 7월 개편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신규 인증 신청은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받는다. 복지부는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신규 인증을 최종 확정·고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