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부광약품(003000)이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자회사 실적 개선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렸지만, 본업인 처방의약품의 성장도 외형 확대를 뒷받침했다. 전체 처방의약품(ETC) 전략 품목의 원외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고, 이 가운데 중추신경계(CNS) 전략 품목은 32% 늘었다.
그 중심에는 2024년 출시한 조현병·양극성장애 치료제 '라투다(성분명 루라시돈)'가 있다. 출시 첫해 19억원에 못 미쳤던 라투다 매출은 지난해 109억원을 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70억원을 돌파하며 회사 내 매출 3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12%에 달했다.
다만 외형 성장과 수익성 회복은 다른 이야기다. 부광약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9% 감소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안산공장 생산 자동화 과정의 외주가공비, 신제품 출시 초기 마케팅 비용 등이 겹친 영향이다.
부광약품은 라투다의 적응증을 넓혀 CNS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제영 대표 직속으로 CNS사업본부도 뒀다. 환인제약(016580)·명인제약(317450) 등 기존 CNS 강자들이 제네릭(복제약) 진입 기반을 마련하며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라투다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이를 회사의 수익성 회복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시 2년 만에 매출 3위…라투다, 더 큰 우울증 시장 노린다
부광약품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0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수치다.
특히 라투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라투다는 상반기 70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99억6100만원), 빈혈 치료제 '훼로바유'(80억3000만원)의 뒤를 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다.
처방 기반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라투다는 지난 3월 대한정신약물학회와 대한우울조울병학회가 발표한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지침서 2026(KMAP-BP 2026)'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됐다. 처방처는 지난 3월 종합병원 139곳, 정신전문병원 120곳,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1034곳에서 6월 말 각각 158곳, 134곳, 1154곳으로 늘었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5'에도 모두 진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라투다는 상반기 기준 국내 조현병·양극성장애 치료제 시장에서 6위를 기록했다.
부광약품은 라투다의 적응증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주요우울장애(MDD) 부가요법 적응증 확대를 위한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오는 9월 말 임상에 착수해 내년 10월 종료하는 것이 목표다.
임상에 성공해 MDD 부가요법 적응증을 확보하면 라투다의 처방 대상 환자군은 크게 넓어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MDD 진료 수진자는 2189명으로, 조현병(502명)과 양극성장애(315명)를 합친 것의 약 2.7배에 달한다.
◇체중 부담 낮춘 라투다…MDD 부가요법 새 선택지 될까
관건은 라투다가 MDD 시장에서 새로운 부가요법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현재 MDD 치료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 계열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항우울제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비정형 항정신병제를 항우울제에 추가하는 부가요법이 국내외 치료 지침에서 권고된다.
다만 기존 비정형 항정신병제는 체중 증가와 대사 이상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환자에게는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라투다는 성분인 루라시돈이 체중 증가와 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2014년 '미국정신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양극성 1형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6주 임상에서 단독·병용요법 모두 체중과 지질, 혈당 등 대사 지표 변화가 위약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7년 '일반 정신의학 연보(Annals of General Psychiatry)'에 발표된 실제임상근거(RWE) 분석에서는 체중 감소 경향도 확인됐다. 루라시돈 투여 환자는 1년간 평균 0.77㎏의 체중 감소를 보였고, 기존 치료제에서 루라시돈으로 전환한 환자는 평균 1.68㎏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김영찬 교수팀이 지난 2월 발표한 후향적 관찰연구에 따르면 기존 치료제에서 라투다로 전환한 양극성장애 환자는 16주 동안 평균 2.06㎏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라투다 성장세에도…비용 부담·제네릭 경쟁 '변수'
다만 라투다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원료 조달에 따른 환율 부담이 있다. 부광약품은 개발사인 일본 스미토모파마에서 라투다 원료를 도입한다. 향후 처방 확대에 따라 원료 매입 규모가 커질수록 환율 변동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연구개발비 부담도 변수다. 올해 상반기 부광약품의 경상연구개발비는 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다.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신약 개발에 투입된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라투다의 MDD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3상이 본격화되면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부광약품은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36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8개 기관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임상인 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에 성공해 적응증을 확보한 뒤에도 새로운 시장에서 처방을 확대하기 위한 영업·마케팅 비용이 뒤따를 전망이다.
더 큰 변수는 MDD 적응증을 확보한 뒤 이를 얼마나 오래 경쟁 우위로 활용할 수 있느냐다. 부광약품은 2029년 관련 품목허가 신청과 급여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무렵 기존 적응증 시장에는 제네릭 경쟁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종근당(185750)·환인제약·명인제약·영진약품(003520)·유니메드제약 등이 조성물특허 2건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고 일부는 승소했다. 이들 업체가 향후 MDD 적응증 특허를 회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 MDD 적응증과 관련한 특허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CNS 시장의 후발주자지만, MDD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