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오텍이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독성 문제로 개발을 중단했던 '4-1BB' 표적 치료제의 세계 최초 허가에 도전한다. 이중항체 기술로 암세포 주변에서만 4-1BB를 활성화해 기존 치료제의 독성 문제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도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000100) 등이 4-1BB 기반 이중항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리즈 바이오랩스(Leads Biolabs)는 PD-L1과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오팜티스토미그'를 중국 규제당국에 허가 신청했다. 이 약물은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130일 이내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허가될 경우 세계 최초의 4-1BB 표적 치료제가 된다.

다만 아직 핵심 임상 효능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기존 4-1BB 치료제의 가장 큰 한계였던 안전성 문제를 얼마나 개선했는지가 실제 허가 여부와 시장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국 리즈 바이오랩스 4-1BB 기반 이중항체 '오팜티스토미그'

4-1BB는 면역 T세포의 활성과 증식을 촉진하는 면역 활성화 수용체다.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PD-1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4-1BB는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높이는 '액셀러레이터'에 해당한다. PD-L1과 4-1BB를 동시에 겨냥하면 암세포를 더 쉽게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4-1BB는 항암 효과는 강력하지만, 전신에 작용할 경우 간독성을 비롯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들도 4-1BB 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었지만 안전성 문제를 넘지 못했다. 미국 화이자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이 개발을 중단한 데 이어, 스위스 로슈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CD19와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엔글루마푸스프 알파'의 개발 중단을 밝혔다. 로슈는 지난해에도 4-1BB 후보물질 3개의 개발을 모두 중단했다. 현재 로슈는 4-1BB 삼중항체 '클레시타미그'의 고형암 대상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4-1BB 기반 이중항체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과 4-1BB를 동시에 표적해 암세포가 있는 곳에서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신적인 4-1BB 활성화를 줄여 간독성 등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4-1BB 치료제 개발 경쟁도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4-1BB 관련 프로그램은 약 8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기업들도 이중항체를 앞세워 4-1BB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자체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를 적용한 '자바스토미그(ABL111)'와 '라지스토미그(ABL503)'를 개발 중이다. 자바스토미그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클라우딘18.2와 4-1BB를 동시에 표적해, 임상 1b상에서 항암 효능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라지스토미그는 리즈 바이오랩스와 마찬가지로 PD-L1과 4-1BB를 동시에 표적한다. 현재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지바스토미그, 라지스토미그 모두 에이비엘바이오와 미국 바이오 기업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128940)도 PD-L1과 4-1BB를 표적하는 이중항체 'BH3120'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과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평가하고 있다. BH3120에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면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한 한미약품의 이중항체 플랫폼 '펜탐바디'가 적용됐다.

유한양행(000100)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 개발하는 'YH32367(네스프로타미그)'도 4-1BB를 활용한 차세대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주요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HER2와 4-1BB를 동시에 표적한다. 현재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며, 2028년 국내 조건부 허가와 2032년 최종 허가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4-1BB 치료제는 한때 빅파마들이 잇따라 개발을 포기하면서 한계에 부딪힌 표적으로 평가받았다"며 "하지만 이중항체를 통해 '암 주변에서만 4-1BB를 켠다'는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하면서 다시 차세대 면역항암제의 핵심 경쟁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