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글로벌(084110)이 피하주사(SC) 전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자회사 휴온스랩과 휴온스(243070)의 합병을 중단하면서 합병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휴온스그룹의 승계와 휴온스랩의 기술 사업화에 쏠리고 있다. 특히 휴온스랩이 개발 중인 SC 전환 플랫폼 '하이디퓨즈'의 기술수출 성사 여부가 핵심 변수다.

휴온스그룹은 이사회에서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주 발행과 합병 찬반을 묻기 위해 예정됐던 임시주주총회도 모두 취소됐다.

◇주주 반발에 백기…합병 철회로 승계 구상도 제동

회사는 합병 철회 배경으로 주주들의 반대와 주가 하락을 들었다. 지난 5월 합병 소식이 알려진 이후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급락했고, 시가총액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합병 철회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27일 오전 휴온스 주가가 장중 9% 하락한 반면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30% 가까이 급등했다.

이번 합병은 휴온스글로벌 산하 핵심 성장 자산인 휴온스랩을 사업회사인 휴온스로 이전하는 구조였다. 휴온스랩이 개발 중인 SC 전환 플랫폼 '하이디퓨즈'의 기술수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주들의 반발도 커졌다. 기술수출이 논의되는 시점에 지주사의 핵심 자산을 사업회사로 넘기는 것이 휴온스글로벌 주주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주주들은 이번 합병을 '편법적 우회상장'이라고 주장하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구하고 증권신고서 반려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픽=정서희

주주 반대에도 휴온스그룹이 합병을 서둘렀던 배경에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휴온스랩의 기술수출이 성사되면 그룹 지배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기업가치가 오르기 전에 그룹 내 핵심 자산과 지배구조를 정리해 승계에 대비하려 했다는 시각이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향후 지분 증여·상속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혹은 2세들의 지분 변화에서도 비롯됐다. 윤성태 회장은 지난해 말 보유하던 휴온스 지분 대부분을 장남 윤인상 부사장에게 증여했고, 윤 부사장의 휴온스 지분은 0.01%에서 3.38%로 늘어나 휴온스글로벌에 이어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공교롭게도 윤 부사장이 휴온스의 주요 주주로 올라선 직후 지주사의 핵심 자산인 휴온스랩을 휴온스로 넘기는 합병이 추진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온스랩의 가치가 기술수출로 크게 뛰기 전에 자산을 어느 법인에 둘 것인지 정리하는 것은 승계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라며 "지주사에 핵심 자산을 남겨두면 향후 지주사 가치가 올라가면서 최대주주의 지분 승계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이미 2세가 지분을 확보한 휴온스로 자산을 옮기면 2세가 보유한 휴온스 지분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합병 추진 목적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 철회로 합병을 활용한 승계 구상에도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시장에서는 향후 휴온스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승계를 추진할지 주목하고 있다.

◇합병 대신 기술 사업화 승부…'하이디퓨즈' 기술수출이 관건

휴온스랩은 아직 뚜렷한 매출이 없는 연구개발 중심 회사라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해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의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합병은 무산됐지만 휴온스랩의 연구개발을 이어가기 위해 자금조달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며 "현재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휴온스랩이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보유 기술의 사업화 성과가 필요하다. 핵심은 피하주사(SC) 전환 플랫폼 '하이디퓨즈'다.

하이디퓨즈는 정맥주사(IV)로 투여하는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이다. 항체 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는 물론 핵산치료제, 이중항체, 표적 단백질 분해제(PROTAC) 등 다양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술수출 성사 여부가 휴온스랩의 기업가치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휴온스랩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 2곳과 기술수출 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인상 부사장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 중인 계약 초안과 예상 계약 규모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기술계약 논의가 상당히 구체화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기술수출은 휴온스랩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한국산업은행과 브이에스인베스트먼트, 제이앤PE 등은 휴온스랩의 SC 전환 플랫폼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휴온스글로벌에 투자했다.

하지만 휴온스랩을 휴온스로 이전하는 합병안이 나오자 투자 당시 기대했던 핵심 자산이 지주사 밖으로 빠져나가는 데 대한 우려로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휴온스그룹은 이들의 합병 동의를 얻기 위해 별도의 투자금 회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무산된 만큼 이제 FI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도 휴온스랩의 기술 사업화 성과가 중요해졌다"며 "하이디퓨즈의 기술수출 등 사업화 성과가 나와야 FI들도 후속 투자나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