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찾은 대전시 유성구 큐로셀(372320) 생산시설 2층.
두꺼운 벽과 유리창으로 분리된 5개의 방에 생물안전작업대(BSC) 2대와 세포분리기, 배양장비 등이 들어서 있었다. 각 방의 정체는 무균공정실. 바로 국산 1호 CAR-T 치료제 '림카토'가 만들어질 현장이다.
◇하반기 림카토 출시 준비…"고형암·인비보로 확장"
림카토는 지난 4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의 3차 이상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고, 현재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을 앞두고 있다. 개발사인 큐로셀은 약 3억원대 약가로 올해 하반기 건강보험 급여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 30여개 병원에 공급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연내 환자 투약을 시작해 내년 약 200명을 치료하는 것이 목표"라며 "CAR-T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는 환자들이 찾는 치료제지만, 대형병원이 몰린 서울까지 오기 어려운 환자도 있다. 지방에서도 CAR-T를 쓸 수 있게 된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큐로셀은 림카토의 적응증 확대도 서두르고 있다. 우선 DLBCL 2차 치료제를 목표로 내년 한국과 일본에서 임상 3상을 시작한다. 2차 치료까지 적응증을 넓히면 국내 대상 환자는 연간 약 600명에서 1000명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김 대표는 "연내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백혈병과 자가면역질환까지 적응증을 넓혀 5년 내 국내 매출을 1000억원대 중반까지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림카토 다음은 고형암 CAR-T다. 고형암은 치밀한 암 조직과 면역 회피 환경 탓에 개발 난도가 높아 그간 CAR-T 개발은 주로 혈액암 적응증 위주로 이뤄졌다.
큐로셀은 폐암·대장암·위암·전립선암을 대상으로 고형암 CAR-T를 개발하고 있다. 이 중 일부 후보물질은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중국 파트너와 폐암·췌장암 CAR-T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더 먼 목표는 '공장 밖에서 만드는 CAR-T'다. 현재 CAR-T는 환자의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치료제로 만든 뒤 다시 주입하는 엑스비보(ex vivo) 방식이다. 반면 인비보(in vivo) CAR-T는 환자의 몸 속에서 CAR-T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아직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환자마다 다른 원료…아시아 최대 공장 지은 이유
CAR-T는 환자 한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그 사람만을 위해 만드는 치료제다. 공정이 복잡하고 품질 관리가 어려워 제조 역량 자체가 경쟁력이다.
큐로셀이 림카토 허가에 앞서 2021년부터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 이유다. 2023년 완공된 이 시설은 약 1만㎡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바이러스벡터(유전물질을 세포에 주입하기 위해 개발된 운반체) 생산부터 CAR-T 제조, 품질시험, 출하까지 한곳에서 처리한다.
현재 이 시설의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700명분이다. 향후 고형암 CAR-T와 인비보 CAR-T 상용화까지 고려해 1개 층은 비워뒀다. 이 공간까지 활용하면 생산능력을 연간 최대 1400명분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구축 과정은 험난했다. 김형철 연구개발(R&D) 총괄 겸 연구개발센터장은 "당시 국내에는 CAR-T를 상업적으로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거의 없었다"며 "바이러스벡터를 생산하는 곳도, 임상용 GMP 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환자 혈액을 연구 목적으로 확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CAR-T 제조 공정은 환자의 혈액이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 활성화하고, 바이러스벡터를 넣어 유전자를 변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CAR-T는 5~9일간 배양한다. CAR-T가 충분히 증식하면 불필요한 물질과 죽은 세포의 잔재를 제거하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농도로 맞춘다.
이후 세포 손상을 막기 위한 첨가제를 넣고 동결한다. 이물과 밀봉 상태를 확인한 뒤 품질시험을 거쳐 병원으로 출하한다.
김 센터장은 "공정 개발 측면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활성화"라며 "활성화 강도를 너무 높이면 세포가 노화하고 너무 낮추면 잘 자라지 않아 적정 기준을 잡기가 까다로웠다"고 설명했다.
상업용 생산 시에는 환자마다 다른 세포 상태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러 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거나 고령인 환자는 T세포 수가 적거나 세포 생존율과 증식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배양·완제화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전동혁 생산기술센터장은 "초기 세포 상태와 배양 과정의 이상 징후를 얼마나 빨리 확인하느냐가 실패를 줄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만에 환자에게…림카토, 효능 넘어 시간 승부
출시 후 림카토는 먼저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경쟁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CAR-T는 킴리아가 유일하다. 림카토와 마찬가지로 3차 이상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큐로셀은 치료 효과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림카토는 국내 2상에서 완전관해율(CR) 67.1%를 기록했다. 킴리아의 CR은 40% 내외다.
또 다른 경쟁력은 '시간'이다. 큐로셀은 채혈 후 병원 출하까지 약 16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30일 안팎이 소요되는 해외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공급 기간 단축은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 CAR-T는 약이 완성될 때까지 환자의 전신 상태가 유지돼야만 투여가 가능하다. 공급 기간이 길어질수록 병세 악화나 합병증 등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 센터장은 특히 혈액을 제조 공정에 투입하는 구간과 품질시험 구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제가 완성돼도 검사 결과가 늦어지면 환자 투여도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큐로셀이 국내 최초로 '신속검사법' 승인을 받은 이유다. 기존 방식으로는 무균시험에 14일, 마이코플라즈마와 바이러스 부정시험에 각각 28일이 걸리지만, 신속검사법을 적용하면 무균시험은 7일, 나머지 두 시험은 1일 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환자의 경우 첫 번째 구간에서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림카토는 해외 CAR-T와 달리 혈액을 국경 밖으로 보낼 필요가 없어 이송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혈액을 동결할 필요도 없다.
◇공장도, 약도, 기술도 판다…내년 해외 매출 가능성
생산시설 구축 경험은 큐로셀에게 새 사업의 길을 열어줬다. 회사는 현재 튀르키예 기업과 현지 CAR-T 생산시설 구축 및 제조공정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림카토 허가 이후 중동과 러시아, 남미 지역에서 관련 문의가 늘었다"며 "현재 4~5개 기업과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가받은 제품과 제조 노하우를 활용하는 만큼 추가 R&D 비용 부담이 없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큐로셀은 이밖에도 림카토 완제품 수출과 플랫폼 기술이전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해외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완제품 판매는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플랫폼 기술이전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김 대표는 "자체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자생적 모델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내년부터 튀르키예 프로젝트에서 매출이 발생할 수 있어, 추가 투자유치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