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약(086450)그룹이 조영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국내 조영제 시장 독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제네릭(복제약) 조영제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위수탁생산(CMO) 사업까지 외연을 넓히며 조영제 사업의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 자회사 동국생명과학(303810)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조영제 신약을 확보하는 한편, 생산·판매 기반을 확대하는 등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동국, 전략적 투자자 인벤테라와 '조영제 동맹'
조영제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영상 검사에서 장기와 혈관, 조직 등을 선명하게 보여줘 판독을 돕는 의약품이다.
국내 조영제 시장은 다수의 제네릭 제품이 경쟁하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큰 포화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독일 바이엘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동국생명과학을 비롯해 태준제약, 대웅제약(069620) 등이 경쟁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MRI·CT 조영제를 주력으로 하며 국내 조영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6.8%에서 2022년 20.3%, 2023년 21.4%, 2024년 22.6%로 꾸준히 상승했다. 조영제 사업이 전체 매출의 67.6%에 달한다.
주요 제품인 국내 최초 제네릭 엑스레이(X-ray) 조영제 '파미레이'와 MRI 조영제 '유니레이' 등은 일본과 유럽 등 25개국에서 인허가를 받았다. 완제품 43종과 원료 5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료 합성부터 완제 제조, 판매·유통까지 직접 맡는 등 조영제 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체계를 갖췄다.
최근 회사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조영제 신약이다. 핵심 파트너는 2024년 동국제약그룹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인벤테라(0007J0)다. 동국제약과 동국생명과학은 인벤테라에 각각 15억원씩 총 3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를 통해 그룹은 인벤테라 지분 약 3.6%를 확보했다.
인벤테라는 철 성분 기반 MRI 조영제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당류(고분자 탄수화물)로 철 성분을 감싸는 나노 약물전달 플랫폼 '인비니티(Invinity)'를 개발했다. 철 성분을 보호막처럼 감싸 몸속에서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인벤테라는 이 기술을 적용한 MRI 조영제 'INV-002(NEMO-103)'를 개발 중이다. MRI를 이용해 관절 내부를 촬영하는 자기공명 관절조영술(MRA) 전용 세계 최초 제품이다. 회사는 최근 임상 3상을 마치고 연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MRA 전용 허가 제품이 없어 가돌리늄 기반 정맥용 조영제를 희석해 관절강에 투여하고 있다. 이 방식은 희석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있고 조영제가 관절강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가 영상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인벤테라는 우선 어깨 관절을 대상으로 허가를 신청한 뒤 주관절, 수관절, 고관절 등으로 적용 부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200억원, 글로벌 시장은 2030년 8조60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동국생명과학은 2024년 NEMO-103의 생산·유통권과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독점 판매권도 확보했다. 인벤테라는 안정적인 생산·판매 기반을 확보하고 동국생명과학은 기존 제네릭 중심의 조영제 사업에 신약을 더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구조다.
◇공장 증설로 생산능력 확대…신약 넘어 CMO 사업까지
동국생명과학은 신약 사업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도 키우고 있다. 동시에 늘어난 생산 여력을 활용해 의약품 위수탁생산(CMO) 사업까지 확대하며 생산 기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생산 거점은 안성 공장이다. 원료 합성부터 완제 생산까지 전 공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완제의약품 공장은 2019년 독일 바이엘로부터 인수한 뒤 2021년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완료했으며,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원료의약품 공장은 2021년 새로 설립해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이 공장에 170억원을 투자해 생산동을 증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완제의약품 생산능력을 2024년 219만 바이알(병)에서 2028년 약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원료의약품 생산능력도 같은 기간 268톤(t)에서 330t으로 23.1% 늘린다. 증축 공사는 2026년 준공 및 설비 도입, 2027년 GMP 승인을 거쳐 2028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늘어난 생산 여력은 CMO 사업 확대에도 활용된다. 동국생명과학은 2026~2031년 국내 제약사와 비이온성 요오드화 조영제 주사제에 대한 5년 계약을, 다른 회사와는 항혈소판제 원료를 대상으로 2026~2036년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사업도 넓히고 있다. 현재 34개국에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유럽과 일본, 아시아, 남미 등으로 조영제를 수출하고 있다. 기존 해외 판매망을 활용해 NEMO-103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중국 시장 공략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티앤위제약과 조영제 분야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MRI 조영제 신약 공동개발, 원료의약품 공동개발, 완제의약품 수출 등 7개 분야에서 본계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앞서 IR 자료를 통해 "조영제 사업의 제품 수익성을 개선하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한편, 신약 개발 및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글로벌 수출과 생산능력을 확대해 시장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