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바이오(397030) 주가가 핵심 기술수출 자산인 'APB-A1'의 갑상선 안병증(TED) 개발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에 급락했다. 개발이 완전히 중단되거나 기술이 반환된 것은 아니지만, 당초 개발을 추진하던 TED 치료제로서의 개발이 무산되면서 향후 개발 일정과 단계적 기술료(마일스톤)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권을 넘겨받은 TKG휴켐스(069260) 역시 인수 직후 핵심 파이프라인에서 변수가 발생하면서 첫 시험대를 맞게 됐다.
◇"TED 아닌 새로운 적응증 탐색" 소식에 주가 19% ↓
21일 국내 증시에서 에이프릴바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9.20% 하락한 2만1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은 19일(현지 시각) 2분기 실적 발표에서 "'Lu AG22515(APB-A1)'의 임상 1b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갑상선 안병증(TED)에서는 기대했던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갑상선 안병증은 자가항체가 눈 주위 근육과 지방조직을 공격해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이에 따라 TED에서는 추가 개발을 이어가지 않고, APB-A1의 작용 원리인 CD40L과 더 잘 맞는 새로운 질환을 찾아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CD40L은 면역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도록 하면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단백질이다. APB-A1은 이를 차단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에이프릴바이오는 2021년 룬드벡에 APB-A1을 약 56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룬드벡은 이후 해당 물질을 TED 치료제로 개발해 임상 1b상을 진행해왔다.
룬드벡은 앞선 중간분석에서 일부 환자에서 안구돌출이 감소하고 갑상샘자극호르몬 수용체(TSHR) 자가항체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확인했다. 그러나 전체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TED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개발 방향을 바꾸게 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이프릴바이오 주가는 19일 장후 10% 넘게 하락한 데 이어 20일 정규장에서 20% 넘게 급락했다.
문제는 에이프릴바이오의 사업 구조에서 APB-A1이 차지하는 무게다.
에이프릴바이오는 그동안 후보물질을 전임상·초기 임상 단계까지 개발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왔다. 계약금과 단계적 기술료(마일스톤), 경상기술료(로열티)를 확보하고 이를 후속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APB-A1과 2024년 미국 에보뮨에 기술수출한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PB-R3'는 이 전략을 대표하는 핵심 자산이다.
특히 APB-A1은 에이프릴바이오 파이프라인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가 임상을 진행해온 가장 앞선 자산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TED에서 다른 질환으로 방향을 틀면서 당초 예상했던 개발 일정에도 변수가 생겼다. 새로운 질환을 정하고 임상 전략과 개발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만큼 후속 임상과 마일스톤 확보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에이프릴바이오는 새로운 질환으로 개발 방향을 바꾸더라도 일정 지연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PB-A1은 1b상에서 사람에서의 안전성과 약물 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새로운 적응증이 선정되면 임상 1상을 다시 진행하지 않고 2상부터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며 "기존에 확보한 임상 데이터도 후속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룬드벡은 중증근무력증(MG)과 다발성경화증(MS) 등 신경면역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질환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TKG휴켐스, 경영권 인수 직후 첫 시험대
이번 악재는 최근 에이프릴바이오 경영권을 넘겨받은 TKG휴켐스에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TKG휴켐스는 지난 6월 IMM인베스트먼트·IMM자산운용 계열사들과 함께 에이프릴바이오에 총 3468억원을 투입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TKG휴켐스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고, 7월 대금 납입까지 완료되면서 경영권 이전 절차도 마무리됐다.
TKG휴켐스 입장에서는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직후 핵심 파이프라인의 개발 전략에 변수가 생긴 셈이다. TKG그룹은 이번 투자를 바이오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에이프릴바이오가 확보한 자금으로 자체 파이프라인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은 기회로 꼽힌다. 이번 투자로 기존 보유 현금을 포함한 가용 자금은 약 4370억원 규모로 늘었다. 회사는 이를 연구개발(R&D)과 외부 기술 도입, 전략적 지분투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달 국내 바이오텍 큐리진으로부터 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플랫폼 기반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하며 처음으로 자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RNA 치료제 시장에 직접 진입했다. 이후 개발은 에이프릴바이오가 맡는다.
에이프릴바이오는 큐리진의 기술을 활용한 RNA 치료제 개발도 확대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 1월부터 RNA 기반 다중타깃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투자 이후 에이프릴바이오의 과제는 확보한 자금을 실제 파이프라인과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APB-A1이 TED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한 만큼 새로운 질환에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하거나 추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켜 기존 파이프라인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이프릴바이오는 기술이전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온 만큼 후속 기술수출의 중요성도 커졌다. TKG휴켐스 역시 단순한 자금 투입에 그치지 않고 에이프릴바이오의 파이프라인 확대와 기술이전 성과를 통해 이번 투자의 기업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APB-A1의 기술 반환은 아니지만 기존에 기대했던 TED 치료제 개발이 무산됐다는 점에서 회사에는 분명 악재"라며 "새로운 적응증에서 임상적 가치를 입증하거나 추가 기술이전 같은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야 이번 변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