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이 막혔다. 기존에 합법적으로 운영해 온 사업을 사후 입법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업계 반발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비대면 진료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약 배송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를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사유에 포함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95명, 반대 34명, 기권 49명으로 상당한 이견 속에 법안이 처리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직접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하는 것이 금지된다. 약사가 마약류를 조제할 때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입법 과정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합법적으로 진출한 사업을 사후 입법으로 막는 것은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와 벤처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처방약의 위치나 가격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워 환자가 여러 약국을 찾아다니는 불편 역시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닥터나우는 법안 통과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약 배송 제도화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닥터나우는 이날 입장문에서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닥터나우의 시도가 좌절된 것은 사실"이라며 "선례가 없고 잠재적 우려가 제기된다는 이유만으로 합법적인 혁신 사업의 순기능과 국민 편익에 대한 기여도까지 객관적으로 평가되지 못하는 일이 앞으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닥터나우는 의약품 유통 사업을 비대면 진료 이후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을 찾아야 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를 반영해 애플리케이션의 핵심 기능을 자진 개편하는 등 보완 조치도 해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약 배송 확대를 논의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환자의 의약품 수령 편의를 높이기 위해 약 배송 제도화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닥터나우는 이를 두고 그동안 제기해 온 의약품 접근성 문제가 특정 기업의 사업 방식이 아닌 사회적 의제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와 연계해 약 115만건의 의약품 배송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수요와 지역·시간대별 의약품 접근성 격차, 안전관리 관련 데이터 등을 향후 제도화 논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에 따라 닥터나우가 추진해 온 의약품 도매 사업은 중단되지만, 비대면 진료 중개 서비스는 기존과 같이 운영된다.
정부는 약 배송 제도화와 함께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규제도 추진한다. 비대면 초진 환자의 처방 일수를 최대 7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의 보완 수단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하위법령에 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