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올해 들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신약 개발에 쏟아부으며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산업 환경이 변화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5 상반기 연구개발비 5600억…신약 임상 속도
20일 국내 5대 대형 제약사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총 562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한미약품(128940)은 가장 많은 1255억원을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뒤이어 유한양행(000100)(1222억원), 대웅제약(069620)(1157억원), 종근당(185750)(1135억원), GC녹십자(006280)(859억원) 순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비만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를 연내, 근육을 늘리는 비만약 후보 물질을 2031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뒤를 이어 알레르기와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지방간)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각각 올해 상반기 임상 2상과 1상에 진입했다.
대웅제약은 섬유증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중이다. 내년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하고 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는 게 목표다.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과 고형암 치료제 후보 물질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면역 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를 정맥 주사 제형에서 피하 주사로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위기 의식…"공격적인 투자만이 살 길"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에서 확보한 캐시카우(수익원) 등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업계에선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보통 1조원 넘는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패 위험에도 연구비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제약사들의 위기 의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하반기에도 과감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달부터 복제약 약값을 낮추며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이 연구비를 늘려도 해외와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 기업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16% 수준이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작년 전체 수익의 20%인 133억3700만달러(19조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결국 자본력을 갖추고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면서 "신약 개발이나 기술 수출 등의 성과를 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기업들도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