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VX 최대주주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임종윤 회장 측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의 대표이사가 4개월 만에 바뀌었다. 올해 3월 연구개발(R&D) 중심 경영을 내세우며 대표이사에 재선임된 권규찬 대표가 물러나고 유건상 대표가 단독대표를 맡게 됐다.

임 회장은 한미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이다. 임 회장이 한미사이언스(008930)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DXVX 지분을 58%대까지 끌어올린 이후 이뤄진 경영진 재편이라 주목된다.

DXVX(180400)는 권규찬 각자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지난 18일 유건상 대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회사는 법률·정책 전문가인 김영종 변호사를 각자대표이사 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절차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향후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 전 대표의 구체적인 사임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는 공시에서 사임 사유를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밝혔다.

디엑스브이엑스(DXVX) CI.

DXVX는 2001년 유전체 진단기업으로 출발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다. 2021년 임종윤 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뒤 한국바이오팜과 에빅스젠 등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신약 개발과 유통·헬스케어 사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권 전 대표는 2023년 8월 DXVX 대표이사에 처음 선임됐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 대웅제약을 거쳐 한미약품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지낸 인사로, 의약품 인허가와 해외 사업개발 등 신약 개발·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 3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대표이사직도 연임했다. 당시 DXVX는 R&D 중심 경영을 이어가면서 핵심 파이프라인의 사업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재선임 약 4개월 만에 권 대표가 물러나면서 경영진 구성이 다시 바뀌게 됐다.

후임으로 단독대표에 오른 유건상 대표 역시 한미그룹 및 임종윤 회장과 인연이 있는 인사다. 유 대표는 한미약품 계열사인 북경한미IT를 시작으로 북경한미마케팅그룹(HMG), 오브맘코리아, 코리포항, 한국바이오팜 등을 거친 사업전략·사업개발 전문가다.

DXVX는 2022년 100% 자회사로 편입한 한국바이오팜 대표에 유 대표를 선임하면서 그를 임종윤 당시 한미약품 사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해온 사업전략통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미 지분 팔아 DXVX에 1000억원 투입

임종윤 회장이 DXVX에 투입한 자금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임 회장은 지난해 12월 DXVX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4921만주를 주당 2027원에 인수했다. 투자금액은 약 997억원이다. 이에 따라 개인 지분율은 15.41%에서 57.70%로 높아졌다.

이후 장내 매수도 이어갔다. 올해 1월과 4월, 7월에 걸쳐 총 62만1149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현재 보유주식은 5741만5138주, 지분율은 58.33%로 늘었다. 유상증자와 장내 매수에 투입한 자금은 약 1024억원이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정리했다. 임 회장은 2024년 말부터 올해 3월까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단계적으로 처분해 총 2856억원을 확보했다. 배우자와 자녀 3명의 매각분까지 합치면 임 회장 일가가 처분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규모는 약 4046억원에 달한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정리하는 동시에 DXVX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임 회장의 사업 무게중심이 DXVX와 코리그룹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임 회장이 지배하는 코리그룹은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코리유한공사는 지난해 12월 홍콩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처음 낸 데 이어 지난 6월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코리 측은 상장을 앞두고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과의 채권·채무와 보증 관계를 정리해 재무·경영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형 기관투자가인 코너스톤 투자자 유치 여부도 상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런 흐름에서 한미그룹에서 R&D를 담당했던 권 대표가 물러나고, 코리 법무총괄을 지낸 김영종 변호사의 각자대표 영입이 추진되고 있어, DXVX 경영진의 역할과 성격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코리, 홍콩 IPO 추진…독자 자금조달 기반 마련

코리가 홍콩 IPO를 통해 독자적인 자금조달 기반을 마련하려는 가운데, DXVX에서는 임 회장의 사업 기반을 뒷받침할 경영진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종 변호사는 검찰과 로펌을 거쳐 포스코홀딩스 법무팀장(부사장)과 코리 법무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검사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기업 법무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DXVX는 김 변호사 영입을 통해 기업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강화하고 국내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규제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이전과 라이선싱, 글로벌 사업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출신 전문가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번 경영진 재편이 DXVX의 사업 방향과 코리그룹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DXVX는 실적 개선이 주요 과제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30억6000만원, 영업손실은 112억9000만원, 순손실은 116억4000만원이다.

지난해 매출은 293억6000만원으로 전년보다 줄었고 영업손실은 243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6월 말 결손금은 1629억원이다. 다만 부채총계는 지난해 말 59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36억원으로 약 60%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