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003850)이 블록버스터 항암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메실산염)' 제네릭(복제약)의 단독요법 시장을 가로막던 마지막 특허 장벽을 허물었습니다. 2022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제약사 에자이와의 특허 분쟁에서 잇따라 승소한 끝에 분화형 갑상선암 용도특허까지 무력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입니다. 렌비마와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 특허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보령은 이 특허전에서 특허심판원 단계에서 패소했고, 현재 특허법원에서 2차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령이 병용요법 특허까지 도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항암제 개발과 치료에서 여러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2000~2019년 고형암 1상 임상시험 465건을 분석한 결과, 69%가 두 개 이상의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었습니다.
렌비마 역시 병용요법을 통해 사용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분화형 갑상선암과 간세포성암에서는 단독요법으로 쓰이지만, 자궁내막암과 신세포암에서는 키트루다와 함께 투여하는 치료법이 활용됩니다.
이 같은 병용요법 확대는 렌비마의 글로벌 사업에서도 확인됩니다. 에자이에 따르면 2025년 3월 결산 기준 렌비마 매출은 15억1000만달러(약 2조1400억원)에 달했습니다. 에자이는 최근 몇 년간 렌비마 매출이 증가한 배경으로 신세포암 1차 치료와 일부 자궁내막암 2차 치료에서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점을 꼽고 있습니다.
◇용도·조성물·제제까지…렌비마 후속특허 잇따라 무력화
특허법원은 최근 에자이가 보령을 상대로 제기한 '갑상선암에 대한 항종양제' 용도특허 무효 심결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에자이는 지난달 27일 판결문을 받은 뒤 정해진 기간 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지난 11일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해당 특허의 존속기간은 2028년 3월까지였습니다.
보령은 그간 렌비마를 둘러싼 여러 후속 특허에 도전해왔습니다. 결정형특허와 제제특허, 조성물특허 등을 대상으로 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도 승소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퀴놀린 유도체의 고미 억제 방법' 특허도 공략해 일부 인용·일부 각하 심결을 받아냈습니다.
이중 보령이 가장 중요하게 본 특허는 2035년 8월까지 존속 예정이었던 조성물특허였습니다. 보령은 해당 특허가 남아 있다면 다른 특허를 모두 정리하더라도 제품 판매에 대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8월 이 특허의 무효가 확정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실질적인 독점 기간을 약 10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보령은 이번 갑상선암 용도특허까지 포함해 "특허를 모두 회피하거나 무효화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적어도 갑상선암·간세포암 등 단독요법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특허가 제네릭 처방을 가로막는 요인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先출시' 통했다…점유율 오르는 렌바닙, 매출 본격화는 아직
보령은 지난해 2월 '렌바닙' 4mg·10mg·12mg의 품목허가를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7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건강보험에도 3개 용량 모두 등재했습니다.
특허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식약처가 제네릭의 품질과 동등성 등을 심사해 판매 허가를 내리는 것과, 해당 제품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는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약처 특허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미등재 특허는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아 제네릭의 허가나 판매 자체를 막지 않습니다.
이번 갑상선암 용도특허 확정 역시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한 판결이라기보다, 출시 이후 남아 있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의미가 큽니다.
렌바닙은 출시 이후 서서히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입니다. 제약산업 데이터 분석 플랫폼 비알피인사이트에 따르면 렌바닙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월 1.0%에서 올해 1월 6.5%, 2월 12.9%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입니다. 보령은 현재 종합병원 약사위원회에 제품을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령 측은 "병원별 등록 절차를 마치는 데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며 "매출은 이 과정이 완료된 이후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키트루다 병용' 시장 잡아라…보령, 특허법원 2차전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규 자궁내막암 환자는 3813명, 신장암 환자는 7367명입니다. 신장암의 약 94%가 신세포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령이 렌비마-키트루다 병용요법 특허가 등록된 지 두 달 만인 2024년 6월 무효심판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동시에 청구한 이유입니다. 하나는 "이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제품은 이 특허의 권리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확인받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지난 4월 보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보령은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보령은 이미 자궁내막암과 신세포암의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허가받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치료법을 보호하는 특허가 살아 있는 만큼 허가사항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적응증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보령은 소송을 이어가며 추가 시장 진입 기회를 모색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복약 편의성을 앞세워 단독요법의 시장 점유율 확대도 병행한다는 전략입니다.
보령은 이를 위해 렌비마에 없는 12mg 용량을 렌바닙에 추가했습니다. 보령 측은 "간세포성암의 초기 투여 용량은 12mg이어서 4mg과 10mg만 있는 렌비마를 사용할 경우 환자는 4mg 캡슐 3개를 복용해야 한다"며 "항암 환자는 다른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부담을 줄이려는 임상 현장의 수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병용요법 특허 소송에서 회사가 핵심적으로 다투는 쟁점과 특허법원에서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