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삼양그룹에서 지난해 인적 분할된 삼양바이오팜(0120G0)이 독립 법인으로서 첫 반기 실적을 내놨다.

삼양바이오팜이 지난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670억3300만원, 영업이익은 21억3300만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약 60%를 해외에서 거뒀다. 특히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와 흡수성 지혈제 등 의료기기는 매출의 82%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수익성도 의료기기 사업이 뒷받침했다. 의료기기 부문에서 106억원, 의약품에서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신약 개발 및 기타 부문에서는 10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그룹의 경영 승계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삼양바이오팜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신약 개발 성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를 가를 전망이다.

1924년 설립돼 2024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은 김연수 창업주의 손자인 김윤·김량·김원·김정 등 오너 3세들이 계열사를 나눠 맡아 경영해 온 구조다.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은 김연수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고 김상홍 회장의 자녀이고, 김원·김정 부회장은 다섯째 아들인 고 김상하 회장의 자녀다.

삼양바이오팜이 올해 자체 개발 필러 '라풀렌'을 태국 시장에 본격 출시했다. 사진은 태국 현지 거래처가 주관한 현지 의사 대상 라풀렌 론칭 행사 전경. /회사 제공

◇2025년 11월 다시 독립…의약바이오 사업 재편

삼양바이오팜의 사업 기반은 30년 넘게 이어온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다. 삼양은 화학 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고분자 기술을 의료 분야로 확장해 1987년 의료용 봉합사 연구에 뛰어들었다.

199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의 산학협력으로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원사 개발에 성공했고, 1996년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해외 시장을 공략해 2019년부터 글로벌 봉합원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흡수성 지혈제, 필러 등 의료기기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삼양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1일 삼양홀딩스(000070)에서 의약바이오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됐다. 의약바이오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양은 201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의약사업을 물적분할해 삼양바이오팜을 만들었지만, 2021년 이를 다시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했다. 이후 지난해 의약바이오 사업을 다시 분리하면서 삼양홀딩스는 투자·임대사업 중심의 지주회사로, 삼양바이오팜은 의약바이오 사업회사로 역할을 나눴다. 의약바이오 사업의 규모와 수익성이 커진 데 따른 결정이기도 하다.

삼양그룹 사정에 밝은 한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시기별 사업 전략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며 "의약바이오 사업을 의료기기에서 신약개발까지 확대하면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투자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품 떠난 삼양바이오팜…오너 일가 직접 보유

분할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배구조다.

삼양사는 삼양홀딩스가 61.83%를 보유한 반면, 삼양바이오팜은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가 최대주주가 아니라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구조다.

6월 말 기준 김원 삼양사 부회장 5.80%,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 5.21%,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 4.23%, 김태호 3.60%, 김남호 3.34%,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3.46% 등이다. 오너 일가와 수당재단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46%를 웃돈다.

김윤 회장과 김원·김정 부회장 등 오너 3세들이 계열사를 나눠 맡아온 '사촌경영' 구조가 지분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2024년 삼양그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삼양그룹

◇오너 4세 김건호·김남호 다른 행보

삼양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김윤 회장의 장남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이다.

1983년생인 김 사장은 미국 리하이대학교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뒤 2014년 삼양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여러 팀을 거쳐 2023년 12월 삼양홀딩스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현재 그룹 전략총괄을 맡아 신사업과 성장전략 등을 담당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 오너 4세 체제를 이끌 차세대 경영자로 거론된다.

김윤 회장의 차남 김남호 박사는 다른 경로를 밟고 있다. 1986년생인 김 박사는 리하이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퍼듀대에서 생의공학 석사, 존스홉킨스대에서 화학 및 생물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IST 연구원으로 유전자치료제를 연구한 뒤 맥킨지와 BCG에서 생명과학 분야 컨설팅을 경험했다. 이후 바이오 벤처투자사 에이버린을 거쳐 올해 7월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한국 총괄 디렉터로 합류했다. 국내 바이오기업과 투자기관과의 협력 기회를 발굴하고 한국 사업 전략을 맡고 있다.

장남은 경영 트랙에서 입지를 넓히는 동안 차남은 바이오 분야에서 외부 경력을 쌓고 있는 것이다.

삼양바이오팜의 경영은 현재 전문경영인 김경진 대표가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로슈 연구개발센터 수석연구원과 에스티팜 대표 등을 거친 연구개발 전문가로, 신약개발과 사업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양바이오팜 김경진 대표이사와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삼양디스커버리센터 전경. /그래픽=정서희

◇SENS에 투자…신약개발 승부처

삼양바이오팜의 중장기 성장동력은 자체 개발한 유전자치료제 약물전달 플랫폼 SENS(Selectivity Enabling Nano Shell·이하 센스)다. 센스는 유전자치료제에 쓰이는 다양한 핵산 물질을 원하는 장기와 세포까지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약물 운반체' 기술이다.

회사는 센스를 자체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바이오텍과 공동연구·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SYP-2590',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후보 'SYP-2137',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후보 'SYP-2135' 등이 있다. 회사 측은 올해 바이오 USA에서도 센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 40여곳과 협업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 진입과 기술이전 등 사업화 성과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의료기기·의약품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구조다.

회사는 연구·생산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대전에 유전자치료제 약물전달체 제형화 및 임상용 GMP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2027년 3분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삼양바이오팜은 '2030년 매출 4000억원'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 의료기기 사업의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신약과 플랫폼 사업을 키워 사업 구조를 고도화 한다는 구상이다.

삼양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성과 센스 사업화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삼양바이오팜은 수술용 봉합원사 분야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 펀더멘털이 있는 기업"이라며 "SENS가 글로벌 유전자치료제 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가치가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