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소개한다. 유럽종양학회는 미국임상종양학회, 미국암학회와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오는 10월 23~27일(현지 시각) 열린다.
기업 관계자와 연구자는 학회에서 항암제 개발 추세를 엿볼 수 있다. 해외 제약사에 눈도장을 찍으며 기술 수출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어질 때도 있다. 올해는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항체(抗體) 약물 접합체(ADC)와 이중 항체 관련 기술이 공개될 예정이다.
◇부작용 낮추고 암세포 정밀 타격…항암 치료 게임 체인저
리가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는 항체 약물 접합체 후보 물질(LCB02A)에 대해 발표한다. 항체 약물 접합체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것이다. 항체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암세포에만 달라붙어 약물을 방출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한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비임상부터 임상 진입 과정을 설명할 계획이다. 후보 물질은 클라우딘18.2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 이 단백질은 위암, 췌장암 같은 암세포 표면에 과도하게 나타난다. 이를 보고 항체가 찾아가 약물을 내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비임상 단계에서 효과를 확인한 뒤 암 환자 191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한다. 클라우딘18.2를 대상으로 하는 항체 약물 접합체는 아직 시중에 상용화된 게 없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미국 하버드 의대 부속 다나파버 암연구소 등에서 첫 임상을 진행한다"면서 "공신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암세포 잡고 면역 강화하는 1석2조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항체 기술을 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중 항체는 항체 2개를 이어 붙인 것이다. 단일 항체보다 치료 효과가 좋지만 구조가 복잡해 개발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회사는 이중 항체 면역 항암제 후보 물질 지바스토미그, 라지스토미그 임상 1상 내용을 학회에서 공유한다. 지바스토미그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클라우딘 18.2와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단백질인 4-1BB에 작용한다. 쉽게 말해 한 팔로 암세포를 붙잡고 다른 팔로 면역 세포를 깨워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우선 심사 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임상 2상을 생략하고 4분기 임상 3상에 진입한다.
라지스토미그는 암세포가 공격을 회피하도록 하는 PD-L1과 4-1BB를 동시에 겨냥한다. 암세포는 면역 세포를 피하기 위해 PD-L1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면역 세포는 이 신호를 공격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후보 물질은 신호를 차단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주는 원리다. 지바스토미그, 라지스토미그 모두 에이비엘바이오와 미국 바이오 기업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美 허가 실패해도 계속 개발…HLB, 간암 담관암 연구 공개
HLB(028300)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간암과 담관암 치료제 연구를 공개한다. 회사는 간암 치료제 후보 물질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함께 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초기 항생제 사용이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캄렐리주맙은 중국 항서제약의 항암제다. 앞서 HLB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함께 쓰는 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세 차례 실패했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전이성 흉선(胸腺) 상피종양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 2상 결과도 구두 발표한다. 이는 허파와 흉골 사이에 있는 흉선에 생긴 희귀 종양이다. 그밖에 담관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리라푸그라티닙 임상 1·2상 분석 결과도 발표한다. 김동건 엘레바 테라퓨틱스 대표는 "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