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 인투셀(287840)이 '기술을 파는 회사'에서 '신약 후보물질도 직접 만드는 회사'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긴다.
인투셀은 올해 자체 개발하는 ADC 후보물질을 기존 5개에서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새로운 링커나 페이로드 기술만으로는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맺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약효와 안전성 데이터를 갖춘 신약 후보물질, 이른바 '에셋'을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투셀은 19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파이프라인 확대 전략과 신규 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박태교 인투셀 대표는 "새로 추가할 5개 후보물질 중 2개의 타깃을 확정했고 나머지 3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후속 파이프라인인 5T4 타깃 ADC는 지난 5월 전임상에 들어갔다. DLL3 타깃 ADC는 2027년 전임상 진입이 목표다. 회사는 나머지 3개 타깃 후보로 PSMA와 HER3 등을 검토 중이며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을 붙인 치료제다.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는 '유도장치'라면 약물(페이로드)은 '탄두', 둘을 연결하는 고리가 링커다. 그동안 인투셀의 주력 사업은 이 링커와 페이로드 기술을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에 이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체 후보물질을 전임상이나 임상 초기까지 개발해 직접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기술수출하는 비중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서영석 인투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체 신약을 끝까지 개발하는 것은 2030년대 이후 목표"라고 말했다.
◇특허 장벽 넘은 새 '탄두'…엔허투와 성능 비교도
파이프라인을 늘리려면 적용할 기술도 다양해져야 한다. 인투셀은 이날 새로운 페이로드도 공개했다.
페이로드는 ADC가 암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실제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이다.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가더라도 페이로드의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인투셀은 그동안 자체 개발한 넥사테칸(NxT) 계열 페이로드를 주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기존 핵심 후보인 'NxT3′는 중국 기업의 선행특허 문제로 활용에 제약이 생겼다.
인투셀은 이를 대체할 'NxT32′와 'iNxT3′를 새로 개발했다. 특히 iNxT3는 기존 넥사테칸과 달리 물에 잘 섞이는 성질을 높여 약물의 물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약물이 지나치게 기름진 성질을 띠면 ADC 자체가 뭉치거나 정상세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공개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5T4 모델에서 iNxT3를 적용한 ADC는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에 쓰이는 DXd 기반 ADC보다 4분의 1 용량에서도 더 강한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가 발굴하고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상업화하는 HER2 표적 ADC다.
박 대표는 "새 페이로드를 단순히 기존 약물의 대체재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새로운 무기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동물실험 결과인 만큼 실제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탄두만 늘려선 안 된다…'연결고리' TBA 링커 완성 단계
새 페이로드가 암세포를 공격할 탄두의 선택지를 넓혔다면, 링커는 그 탄두를 항체에 연결하는 방법을 늘리는 기술이다.
인투셀의 기존 주력 링커인 'OHPAS'는 특정 구조를 가진 약물을 연결하는 데 강점이 있다. 하지만 iNxT3처럼 구조가 다른 약물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인투셀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해 'TBA 링커'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iNxT3처럼 알코올기를 가진 약물도 항체에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알코올기는 약물 분자에 붙어 있는 특정 화학 구조로, 어떤 링커를 통해 항체와 결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인투셀은 HER3 동물모델에서 TBA와 iNxT3를 결합한 ADC가 기존 GGFG 링커를 사용한 ADC와 비슷한 수준의 종양 억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현재 암세포에는 잘 작용하면서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덜 주도록 하는 최종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이프라인마다 다른 조합…개발 위험 나눈다"
인투셀이 기술 선택지를 늘리는 또 다른 이유는 개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ADC는 어떤 항체에 어떤 페이로드와 링커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약효와 안전성이 달라진다. 하나의 링커나 페이로드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적용한 여러 후보물질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투셀은 앞으로 후보물질마다 서로 다른 링커와 페이로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임상 중인 B7-H3 타깃 'ITC-6146RO'에는 기존 OHPAS 계열 기술을 적용하고, 5T4와 DLL3 등 후속 파이프라인에는 새 페이로드와 TBA 또는 GGFG 등 다른 링커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특정 기술 하나에 회사의 미래를 걸기보다 여러 기술 조합과 후보물질을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체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기술수출 사업도 계속 확대한다. 인투셀은 해외 기업 4곳, 국내 기업 4곳과 비밀유지계약(CDA)을 체결했으며, 각각 3곳과는 물질이전계약(MTA)까지 맺고 기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넥틴-4 타깃 ADC에 대한 상업 라이선스 계약(CLA)을 체결했다. 양사가 최대 5종의 ADC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2023년 맺은 연구협력 계약을 실제 사업 계약으로 처음 발전시킨 것이다.
인투셀의 자체 파이프라인인 ITC-6146RO는 국내 3개 병원에서 임상 1a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연말께 중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