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한국거래소 관리 종목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기업들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주가 부양 돌파구를 찾으며 개미 투자자 달래기에 들어갔다.

◇동전주 퇴출 우려에 주식 병합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관리 종목에 지정된 상장사 36개 가운데 CMG제약(058820), 랩지노믹스(084650), 노을(376930), 샤페론(378800), 에이비온 등 제약·바이오 기업이 포함됐다. 이 기업들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관리 종목 상태에서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이면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기업들은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주식 병합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여러 주를 한 주로 합쳐 발행 주식 수를 줄이고 주당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CMG제약은 다음 달 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 병합 안건을 의결한다.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0주를 5000원짜리 1주로 합치기 위해서다. 안건이 통과되면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거래를 정지한 뒤 27일 병합 주식을 다시 상장한다.

노을, 샤페론, 에이비온, 랩지노믹스는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5주를 2500원짜리 1주로 합치는 주식 병합을 추진하고 있다. 노을은 지난달 21일, 샤페론은 지난 6일, 에이비온은 지난 14일 주총에서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랩지노믹스도 이날 주총에서 주식 병합을 논의한다. 랩지노믹스까지 안건이 가결되면 이들 기업은 다음 달 7일부터 10월 8일까지 차례로 합친 주식을 다시 상장한다.

주식 병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주식 병합이 주당 가격을 높일 수는 있지만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CMG제약(-29억원), 노을(-49억원), 랩지노믹스(-42억원), 샤페론(-36억원), 에이비온(-65억원)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신약 개발과 해외 사업 등으로 성과를 내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손민균

◇美 진출하고 사업 다각화…기업 가치 제고

기업들도 주식 병합과 별개의 카드를 꺼내고 있다. CMG제약은 조현병 치료제 '메조피'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메조피는 기존에 있던 정제형, 주사형 의약품을 입에서 녹는 구강 필름 제형으로 개발한 것이다. 메조피는 작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았다. CMG제약 관계자는 "미국 진출을 위해 관련 기관과 생산, 유통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랩지노믹스도 미국 혈액암 진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기업 디엑솜의 혈액암 진단 기술을 도입해 미국에서 랩지노믹스가 선보이는 방식이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혈액암을 진단하는 환자는 연간 19만명으로 추산된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혈액암은 치료 반응을 보며 재발 여부를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수차례 검사가 필요하다"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노을은 인공지능(AI)으로 자궁경부암을 진단하고 혈액을 분석하는 제품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AI가 검사 기간을 기존 1~2주일에서 20여 분으로 줄여주기 때문에 의료 취약지 환자도 편하게 검사받을 수 있다. 노을은 최근 아프리카에 자궁경부암과 혈액 진단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노을 관계자는 "유럽도 사업이 성장세"라면서 "관리 종목에서 해제되도록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신약 개발 기업 샤페론은 지난달 니즈테크를 인수했다. 니즈테크는 스킨케어 브랜드 뷰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샤페론은 바이오 기술과 미용 분야를 접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샤페론 관계자는 "올 3분기부터 니즈테크 매출이 샤페론의 연결 실적에 반영돼 재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