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노폐물인 요산이 쌓여 관절이 붓고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통풍(痛風)' 치료제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은 요산 생성을 막는 약물이 주로 사용됐지만, 요산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거나 기존 약물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잇따르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001060)이 요산 배출 촉진제 '에파미뉴라드'의 글로벌 3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면서 국내 통풍 치료제 시장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치료제는 '요산 생성 억제'가 대세
통풍은 혈액 속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 결정이 관절이나 주변 조직에 쌓여 염증과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주기적으로 심한 통풍 발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중장년 남성에게 흔한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식습관 변화와 음주, 비만 인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젊은 연령층과 여성 환자도 늘고 있다. 특히 통풍은 비만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심혈관질환 위험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통풍 치료제 시장은 일본 테이진이 개발한 요산 생성 억제제 '페북소스타트'가 주도하고 있다. 요산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인 잔틴산화효소를 억제해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추는 원리다. 이밖에도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알로퓨리놀'과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벤즈브로마론' 등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요산 배설을 직접 촉진하는 치료제는 부작용 우려가 컸다. 1970년대 개발된 벤즈브로마론은 간독성 등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풍 환자 대부분이 신장에서 요산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혈중 요산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한계 때문에 요산 생성을 줄이는 치료제가 주로 사용돼 왔다.
◇JW중외제약, '요산 배출 촉진' 신약으로 도전
국내 제약사들은 이 같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겨냥해 요산을 배출시키는 새로운 기전의 통풍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JW중외제약의 통풍 신약 후보물질 '에파미뉴라드'는 최근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했다. 회사는 내년 국내 품목허가를 목표로 신약허가신청(NDA)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파미뉴라드는 신장 근위세뇨관에 있는 요산 수송체-1(URAT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다. 신장에서 요산이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소변을 통한 요산 배출을 늘리는 방식이다.
글로벌 3상에서 에파미뉴라드는 기존 표준 치료제인 페북소스타트보다 혈중 요산을 낮추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유효성 평가 변수인 '주 연구기간 마지막 3회의 혈청 요산 농도 6㎎/dL 미만 달성 환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에파미뉴라드 6㎎ 투여군은 50.0%(152명 중 76명)로 페북소스타트 40㎎ 투여군의 38.3%(154명 중 59명)보다 높았다.
기존 치료제와 다른 기전의 신약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들도 있다. 페북소스타트 유통사인 SK케미칼(285130)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통풍 치료제 'SID2406'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빨랐던 LG화학(051910)은 요산 생성 억제제 '티굴릭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을 상업성 문제로 지난 3월 중단했다. 다만 중국 파트너사인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중국 내 개발은 이어가고 있다. 현재 알로푸리놀과 비교해 우수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새로운 통풍약' 경쟁
해외에서도 새로운 원리의 통풍 치료제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 소비가 개발한 'NASP'는 혈중 요산을 분해해 수치를 낮추는 원리로 통풍 증상을 예방하는 치료제다. 최초의 만성 불응성 통풍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 6월 FDA로부터 허가 반려를 통보받았다. 품질·제조(CMC) 관련 보완을 요구하는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현재 미국에서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암젠의 '크리스텍사(Krystexxa)'가 대표적이다.
미국 아스로지 테라퓨틱스(Arthrosi Therapeutics)는 새로운 요산 배출 촉진 기전의 'AR882'를 개발하고 있다. AR882는 신장의 요산 수송체인 선택적으로 억제해 요산의 재흡수를 차단하고 소변을 통한 배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FDA로부터 신속심사(패스트트랙) 지정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치료제가 장기간 시장을 장악해 온 만큼 새로운 기전의 통풍 치료제가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경우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요산 배출을 촉진하면서도 간독성이나 요로결석 등 기존 배설 촉진제의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풍 치료제는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효뿐 아니라 안전성과 복약 편의성도 중요하다"며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기존 약물 대비 뚜렷한 장점을 입증한다면 의료진과 환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