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 동안 신규 품목이 없던 펜토산폴리설페이트나트륨(PPS) 성분 간질성 방광염 치료제 시장에 제약사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이 지난 3월 '한미펜토산캡슐'을 허가받은 데 이어 동국제약(086450)도 지난달 '폴미론캡슐'을 허가받았다.
한미약품과 동국제약의 진입으로 끝이 아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연내 동구바이오제약(006620)·일양약품(007570)·큐엘파마 등 3개 업체도 추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제품이 출시되면 국내 PPS 시장은 최대 8개 품목이 경쟁하는 구도로 재편된다.
◇'여성 환자 90%' 만성 질환…13년 만에 신규 진입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통증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만성 질환이다. 세균 감염 등 뚜렷한 원인이 없는데도 방광이 차면서 통증이 나타나고 빈뇨·절박뇨·야간뇨 등 배뇨 증상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호전됐다가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나아졌다고 생각해 진료를 미루기도 한다. 일반적인 방광염과 증상이 비슷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여성 환자가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며, 남성은 전립선 질환 등 다른 원인과 감별해야 해 진단이 더 까다로운 편이다.
치료에는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PPS는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경구 치료제다.
PPS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의약품은 미국 얀센의 '엘미론'이다. 엘미론은 19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간질성 방광염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후 동일 성분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는 제이텍바이오팜의 '젤미론캡슐(2003년)', 종근당(185750)의 '펜폴캡슐(2011년)', 한국팜비오의 '게그론캡슐(2012년)' 등이 시장을 형성해왔다. 2024년 생산·수입실적 기준 이들 3개 품목의 합산 실적은 약 255억원이다.
◇진단 문턱 낮아지며 시장 확대…비뇨의학과 진료 기반도 변화
국내 간질성 방광염 환자는 약 1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환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이 시장에 제약사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자체가 꾸준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PS 제제 시장은 473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0.7% 성장했다. PM인사이트는 올해 국내 시장 규모가 약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는 진단 환경 변화가 꼽힌다. 업계에서는 과거 방광내시경 등 침습적 검사가 중요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환자의 주관적 증상을 기반으로 한 진단 가이드라인이 자리 잡으면서 진단 문턱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잠재 환자 발굴이 쉬워지면서 PPS 처방 시장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뇨의학과의 진료 환경 변화도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과거 전공의 지원 기피로 어려움을 겪었던 비뇨의학과는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환자 증가와 로봇수술 등 첨단 의료기술 확산을 바탕으로 진료 기반이 안정화되고 있다.
한덕현 대한비뇨내시경로봇학회 대표학술이사(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립선암, 신장암 등 비뇨기암 분야에서 로봇수술은 이미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며 "피지컬 AI나 원격수술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이번에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들도 모두 기존 비뇨의학과 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미약품은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구구'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한미탐스' 등을 앞세워 비뇨의학과 처방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동국제약은 전립선비대증 치료 복합제 '유레스코정'과 전립선암 치료제 '로렐린데포주', '엔타미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비뇨기 라인업' 앞세워 잇단 출사표…영업 경쟁 본격화
동일 성분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향후 시장 경쟁은 영업력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PPS는 3~6개월의 장기 복용이 필요한 만큼 출시 초기 어떤 제품이 처방 경험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가격도 변수다. 지난달 출시된 한미약품의 한미펜토산캡슐은 캡슐당 2000원으로 기존 펜폴과 젤미론의 2264원, 게그론의 2038원보다 낮다.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인 동국제약은 폴미론캡슐의 약가가 기존 제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제품 자체의 차별성을 앞세워 방어에 나선다.
현재 시장 1위인 종근당은 펜폴캡슐의 경쟁력으로 원료를 꼽고 있다. 독일 베네의 원료의약품(API)을 독점 공급받아 생산하고 있으며,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PS 성분의 대조약 지위를 획득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후발주자 진입에 따른 인위적인 가격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규 업체들의 잇따른 진입이 기존 업체 간 점유율 경쟁에 그칠지, 시장 자체를 키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간질성 방광염은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이 질환 인지도와 진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단기간에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기보다는 처방 경쟁이 먼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