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냉동 난자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 결혼과 임신을 미루고 젊을 때 일에 매진하고 싶은 여성들이 보험처럼 난자를 동결하는 것이다. 과거 항암 치료를 앞두고 선택하던 냉동 난자가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리 얼려두자"…냉동 난자 17만개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보관 중인 냉동 난자 개수는 2020년 4만4122개에서 작년 16만8414개로 282% 증가했다. 5년 만에 4배 가까운 수준이 됐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며 결혼과 임신이 늦어지고,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난자를 동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은주 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난자를 미리 얼려 놓고 30대 후반~40대에 사용해도 난자의 생물학적 상태는 멈춰있게 된다"면서 "결혼과 임신이 늦어져도 난자 나이는 그대로"라고 밝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초혼 연령은 여성이 31.6세, 남성이 33.9세다. 만혼(晩婚) 추세로 난자뿐만 아니라 정자를 냉동하는 경우도 있다. 한세열 마곡차병원 원장은 "자녀 계획을 늦추려는 남성이 선택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자 동결을 고려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다만 연령, 건강 상태 등을 개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21년 3월 29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서울역 차여성의학연구소에서 난자를 보관 중인 냉동 난자 보관 탱크. /조선DB

◇시술 한 번에 수백만원…과배란 주사 후유증도

난자를 냉동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호르몬 주사인 과배란 유도 주사를 약 열흘간 맞아야 한다. 보통 수면 마취 상태에서 바늘로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해 영하에서 빠르게 동결한다. 이 과정에서 난소 과(過)자극 증후군이나 복부 팽만, 통증, 구토, 오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비용은 시술 한 번에 수백만원 수준이다. 현행법상 난자 냉동 보관 기간에 제한은 없다. 30대에 보관한 난자를 40대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난자를 냉동해도 100% 임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강은주 교수는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유산이나 염색체 이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난자를 냉동 보관한 뒤 자연 임신하거나 자녀 계획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이때 난자는 기증자 동의를 받고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윤리 문제를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냉동 난자를 기증할 때는 경제적 대가가 없어야 한다"면서 "기증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어도 6개월 간격을 두고 채취 횟수를 3회로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