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 황상연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이 중국 사업 핵심 자회사를 둘러싼 이중고를 안고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이하 북경한미)의 실적 쇼크와 대규모 장기 미회수 채권 문제가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황 대표를 비롯한 한미약품 주요 경영진은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3월 황 대표가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첫 중국 출장이다.
최근 북경한미의 3개월 초과 장기 미회수 채권이 9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채권 관리 적정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 넘게 급감하면서 중국 사업 전반의 정상화도 시급한 과제가 됐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한미약품 실적의 주요 변수로 북경한미의 회복 여부를 꼽고 있다. '재무형 CEO'로 발탁된 황 대표가 취임 첫해부터 재무와 중국 사업 관리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경한미 영업익 96% 급감…장기채권 900억원대
올해 상반기 한미약품 전체 실적은 호조를 보였지만 북경한미는 정반대 흐름을 나타냈다. 북경한미의 2분기 매출은 6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줄었고,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96.6% 급감했다.
북경한미는 지난해 연간 매출 4024억원을 올리며 한미약품 연결 매출의 약 26%를 차지했던 핵심 해외 자회사다. 한미약품은 중국 호흡기 질환 환자 감소에 따른 계절적 비수기와 중국 의약품 집중구매제도(VBP) 확대를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적 부진과 함께 900억원대 장기 미회수 매출채권도 북경한미의 주요 리스크로 보고 있다.
북경한미의 전체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약 9억위안에서 최근 6억7000만위안으로 감소했다. 반면 3개월을 초과한 장기 미회수 채권은 지난해 말 3억2000만위안에서 올해 2월 9000만위안까지 줄었다가 최근 4억3000만위안으로 다시 급증했다. 원화로 약 900억원 규모다.
전체적으로 받아야 할 돈은 줄었지만 그중에서도 장기간 회수가 지연된 채권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장기 미회수 채권이 계속 증가하면 북경한미의 현금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대손충당금이나 손상차손 등 회계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미약품은 매출채권 잔액이나 특정 시점의 장기채권 규모만으로 회수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경한미의 매출채권은 연중 증가했다가 연초에 회수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으며, 현재 장기채권 역시 상당 부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룬메이캉에 매출 40%…채권은 1년 새 두 배
이 가운데 채권 관리 문제의 핵심 거래처로 떠오른 곳이 중국 유통사 룬메이캉이다. 북경한미가 지난해 룬메이캉에 공급한 매출은 1543억원으로 북경한미 전체 매출의 약 40%에 달했다. 룬메이캉에 대한 북경한미의 매출채권도 2024년 말 605억원에서 2025년 말 1254억원으로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룬메이캉은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다. 임 회장이 지배하는 코리유한공사가 지분 60.2%를 보유한 오브맘홍콩이 룬메이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북경한미 동사장도 맡고 있다.
북경한미가 임 회장 측이 사실상 지배하는 유통사에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 의약품을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거액의 매출채권까지 쌓인 셈이다. 특정 거래처에 매출과 채권이 동시에 집중된 만큼 거래 조건과 채권 관리가 적절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유통 거래 구조는 과거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2012년부터 북경한미와 룬메이캉 간 거래를 두고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돼 왔다. 2024년에 다시 일감 몰아주기와 불투명한 계약 의혹이 다시 떠올랐고 당시 한미약품은 감사위원회를 통한 공식 업무진단에 착수하며 관련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규모 장기 미회수 채권까지 불거진 만큼, 과거부터 제기돼 온 거래 구조가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형 CEO' 황상연, 북경한미 정상화가 첫 과제
베이징 출장길에 오른 경영진들은 단순한 채권 회수를 넘어 거래처 선정과 외상 거래 조건, 채권 관리 과정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황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CIO,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쳐 종근당홀딩스 대표를 지냈다. 재무와 투자에 강점이 있는 경영자로 평가받으며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으로 오른 만큼 매출채권 관리 논란은 황 대표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경한미의 문제는 한 분기 실적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시장의 약가 인하와 VBP 확대에 대응해 수익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대규모 장기 미회수 채권을 실제 현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북경한미는 지난해 402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9년 이후 한미약품에 누적 약 138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 왔다. 중국 사업의 정상화 여부가 한미약품의 실적과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은 이유다.
증권사들도 북경한미의 정상화를 한미약품의 주요 과제로 일제히 꼽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북경한미의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가 중국 사업의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DB증권(016610)도 '하반기 북경한미 회복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지난달 29일 "북경한미 회복과 파이프라인 개발 진전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기존 70만원에서 64만원으로 낮췄다. 메리츠증권은 VBP 영향 장기화와 수익성 정상화 지연을 반영해 적정주가를 63만원으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