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 과정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른 법적 분쟁에 놓였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담은 연결 재무제표 주석에 우발부채를 공시했으며, 이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피소 사건 7건이 확인됐다.
미국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의 핵심 제약 부문 자회사 얀센바이오텍(Janssen Biotech)과의 SPC(추가보호증명서) 제조면제 관련 특허 분쟁을 비롯해 화이자·노바티스와의 특허·상표권 소송 등이 포함됐다.
현재 분쟁 대상 제품 대부분은 이미 출시돼 판매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에타너셉트 바이오시밀러 등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 소송들은 출시 자체를 막는 단계가 아니라 출시 이후에도 이어지는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와의 특허·상표권 다툼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해당 소송들의 최종 결과를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고, 자원의 유출 가능성과 금액·시기가 불확실해 재무제표상 충당부채가 아닌 우발부채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 내용은 재판 과정에서 다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얀센 SPC 분쟁, 유럽 바이오시밀러 생산 전략 변수
가장 주목되는 사건은 얀센바이오텍과 진행 중인 SPC 제조면제 관련 분쟁이다.
SPC는 신약 개발과 허가 과정에서 소요된 기간을 보상하기 위해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을 최대 5년 연장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바이오시밀러·제네릭 기업이 SPC 존속 기간에도 EU 역외 수출 목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면제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덴마크 생산시설을 활용해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PYZCHIVA) 생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도를 적용했다.
그러나 얀센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생산 행위가 SPC 제조면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 관련 사건으로는 ▲SPC 침해 가처분 ▲SPC 침해 손해배상 청구 ▲이탈리아 지역 제조행위 관련 SPC 침해 소송 등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얀센 간 합의서 위반 관련 소송도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덴마크 법원은 SPC 제조면제 규정 해석과 관련해 유럽사법재판소(CJEU)에 판단을 요청했다. 해당 사건은 올해 4월 CJEU에 접수됐다.
쟁점은 수출 목적 생산 과정에서 제품 보관이 허용되는지, 수출국 판매허가 전 생산이 가능한지 등이다.
업계에서는 CJEU 판단이 삼성바이오에피스뿐 아니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해 미국·영국 등으로 공급하는 기업들의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기간이 길고 출시 시점에 맞춘 공급 준비가 중요한 만큼, SPC 제조면제 해석이 엄격해질 경우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생산·재고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이자는 공정특허·노바티스는 상표권 두고 소송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화이자와도 에타너셉트 바이오시밀러 관련 특허 분쟁을 진행 중이다.
공시에 따르면 화이자 아일랜드 파마슈티컬스 등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상대로 호주에서 에타너셉트 제조공정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에타너셉트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은 화이자의 '엔브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당 성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유럽에서는 '베네팔리(Benepali)',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브렌시스(Brenzys)'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약품 성분 자체가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 적용되는 제조공정 특허 침해 여부가 쟁점이다.
노바티스와는 제품명 사용을 둘러싼 상표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노바티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BYOOVIZ)'와 관련해 캐나다에서 상표 사용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소심에서 패소했지만, 금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현재 상표 사용 금지 조치는 집행정지된 상태다. 이 밖에도 캐나다 경쟁법 위반을 주장하는 집단소송과 얀센과의 합의서 위반 관련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바이오시밀러 성장 과정서 특허전 불가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빅파마와의 특허 분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경쟁력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를 둘러싼 잇단 소송은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 만료 이후 시장에 진입하지만, 제조공정·제형·투여법·상표권 등 다양한 후속 권리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바이오시밀러 관련 특허 분쟁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핵심 물질특허보다 후속 특허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바이오의약품 특허 소송을 분석한 JAMA 연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바이오시밀러 관련 소송에서 다뤄진 271개 특허 가운데 물질특허(primary patent)는 12건(4%)에 그쳤고, 나머지는 제조공정·제형·투여방법 등 후속 특허였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커질수록 오리지널 제약사들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시장 방어에 나서는 구조"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제품 개발 역량뿐 아니라 특허 회피설계와 대응 전략이 중요한 경쟁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