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 기업 휴젤(145020)이 글로벌 판매 확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된 데 이어 국내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다만 최대주주인 CBC그룹의 향후 휴젤 매각이나 해외 재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CBC그룹은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시장에서는 휴젤의 성장성과 기업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CBC그룹이 향후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권역서 고른 성장…국내 매출도 성장세

9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545억원, 영업이익 1037억원, 순이익 8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2%, 8.4%, 23.5%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역대 상반기 최대 규모다.

해외 사업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국내와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5%, 65%로 해외 매출이 내수 매출을 웃돌았다.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스킨부스터 등 주요 제품군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이 75.2%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이 전체 매출의 41.7%를 차지했으며 북남미 16.2%, 유럽연합(EU) 및 기타 지역이 17.3%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브라질 등이 포함된 북남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아·태, 유럽에서도 20% 중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 권역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휴젤의 2분기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해외 사업이 전체 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도 매출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사업 확대는 향후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휴젤은 지난달부터 미국 직판 체제로 전환했다.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직판 전환에 따른 효과도 향후 실적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휴젤은 주요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오는 2028년까지 미국 매출을 전사 매출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정서희

◇CBC그룹 지배구조 개편 여부는 여전히 '미정'

실적과 별개로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인 CBC그룹의 향후 투자 전략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휴젤은 2022년 CBC그룹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CBC그룹은 GS그룹, IMM인베스트먼트,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 등과 함께 인수에 참여했으며 현재 휴젤 지분 43.5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블룸버그는 CBC그룹이 휴젤의 상장폐지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젤을 상장폐지해 비상장사로 전환한 뒤 홍콩 증시에 재상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며, 당시 CBC그룹이 거래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자문사들과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다만 현재까지 상장폐지나 해외 재상장 등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결정된 것은 없다. 휴젤은 지난 6일 실적 발표와 함께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내고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대주주 측의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관련 내용은 3개월마다 미확정 상태로 재공시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CBC그룹이 향후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배구조 개편이 검토됐던 2022년과 비교해 휴젤의 사업 기반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2022년 당시에는 휴젤이 이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다"며 "현재 휴젤의 안정적인 실적과 기업가치 상승, 금리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면 CBC그룹이 기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2년 당시 휴젤은 주요 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 전이었고 미국 사업도 본격화되지 않았다. 중국 시장 진출 역시 초기 단계였다. 반면 현재는 미국 FDA 승인을 확보하고 현지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직판 체제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대하며 글로벌 사업 기반을 넓혔다.

자금조달 구조에서도 당장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CBC그룹 컨소시엄은 최근 765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을 마무리하고 만기를 2029년 6월까지 연장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매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제로는 만기를 연장하는 대환 구조를 선택했다. 이번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배당이나 자사주 등 회수성 자본정책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다만 CBC그룹이 사모펀드 운용사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점은 변수다. 그러나 이를 현재 진행 중인 매각이나 상장폐지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휴젤은 오는 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계획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패트릭 홀트 선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