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었다. 상반기 코스닥에 입성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줄줄이 공모가를 밑돌며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한파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기업들도 기업가치를 낮춰 증시에 입성할지, 시장 회복을 기다리며 상장 일정을 미룰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8곳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상장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기업들조차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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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마친 보스턴 설립 바이오기업 인제니아테라퓨틱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 머크(MSD)에 기술수출한 이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일반청약 경쟁률은 3.09대 1에 그쳤다. 앞서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50.4대 1에 머물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미 코스닥에 상장한 카나프테라퓨틱스(0082N0), 아이엠바이오로직스(493280), 메쥬(0088M0), 리센스메디컬(394420), 인벤테라(0007J0), 레몬헬스케어(365660), 레메디(387690) 등은 청약 과정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현재는 모두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전 미국 내비게이터 메디신과 중국 화동제약에 주력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달 31일 종가는 1만5310원으로 공모가보다 41.1% 낮았다. 카나프테라퓨틱스도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같은 날 종가는 1만750원으로 공모가 대비 46.3% 하락했다.

인벤테라는 공모가 1만6600원에서 6880원으로 떨어져 58.5%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메쥬는 공모가 2만1600원에서 1만1800원으로 45.4% 하락했고, 리센스메디컬은 공모가 1만1000원 대비 18.5% 낮은 8970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상장한 레몬헬스케어 역시 상장 첫날 2만3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는 공모가보다 46.5% 낮은 535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레메디도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보다 시장 환경 변화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증시 자금이 반도체 등 대형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코스닥 시장 전반의 투자 수요가 감소했고, 성장주 성격이 강한 바이오 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수백 대 1에서 수천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던 바이오 IPO 시장의 열기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식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바이오 업종이 상대적으로 수급에서 소외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추진하거나 시장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일정을 늦추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에는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되면서 바이오 업종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글로벌 경쟁력과 임상 데이터 입증, 파트너십 성과 등이 확인된다면 바이오 업종도 바닥을 다진 뒤 추세적인 반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제약·바이오 IPO는 이어질 전망이다. 환자 모니터링 의료기기 개발사 스카이랩스는 오는 14일부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의료용 인체조직 이식재와 생체재료 기반 의료기기 기업 엠에스바이오, 환자 유래 3차원 튜머로이드 기반 정밀의료 기업 엠비디도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