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라이 릴리 사옥 외관. /조선일보 DB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당뇨·비만 치료 신약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거뒀다. 2분기 매출액만 32조원 규모다. 릴리는 연간 매출액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릴리는 5일(현지 시각) 2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48% 증가한 229억7000만달러(약 32조 59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주식 한 주당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8.3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매출 207억3000만달러·EPS 6.01달러)를 모두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2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였다. 한국에선 당뇨·비만 치료제 제품명 모두 '마운자로'로 출시됐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효과를 내는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이중작용 치료제다.

마운자로의 2분기 글로벌 매출은 99억4000만달러(약 14조10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했다. 특히 미국 외 지역 매출은 172% 급증했다. 젭바운드도 49억3000만달러(약 7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했다.

한 여성이 자신의 배에 젭바운드를 주사하고 있다. /로이터

데이브 릭스(Dave Ricks)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질과 중국,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마운자로 수요가 매우 강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확산 속도가 회사와 시장의 기대를 모두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사업 기준으로도 해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외 매출은 86억달러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처방·판매량은 113% 늘었다.

이번 실적에는 릴리가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출시한 첫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의 매출도 처음 반영됐는데, 파운다요의 2분기 매출은 9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먹는 약 매출은 시장 예상치(약 1억300만달러)에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왔는데, 릴리는 초기 시장 안착에는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릭스 CEO는 "출시 이후 소비자 인지도가 한 달 만에 두 배로 늘었고 처방 건수도 두 배 증가했다"면서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은 젭바운드 수요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릴리는 하반기 성장세도 낙관했다. 미국에서 지난 7월 메디케어의 비만 치료제 급여가 확대되면서 자격을 갖춘 고령층은 월 50달러의 본인부담금으로 브랜드 GLP-1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급여 확대가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회사는 예상했다.

릴리는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820억~850억달러에서 850억~870억달러(약 120조~123조원)로 상향 조정했다. 연간 조정 EPS는 35.50~36.50달러를 제시했다. 다만 분기 중 단행한 인수합병(M&A) 관련 비용이 주당 3.03달러 반영되면서 이익 전망 상단은 일부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