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출시한 비만치료제 '먹는 위고비(위고비 필)'가 출시 6개월만에 미국에서 누적 처방 500만건을 돌파했다./Getty Images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먹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필(Wegovy pill)'이 출시 6개월 만에 미국 누적 처방 500만건을 돌파했다.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위고비필이 초기 처방 확산 속도에서 앞서면서, GLP-1 비만 치료제 경쟁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확대되고 있다.

노보는 위고비 제품군 판매 호조를 반영해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다시 상향 조정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4일(현지 시각)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조정 매출이 784억8800만 덴마크크로네(DKK·약 17조1800억원)로 고정환율(CER)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정 영업이익은 333억8900만DKK(약 7조3100억원)로 11% 늘었다.

마이크 두스타(Mike Doustdar) 노보 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는 여전히 도전적인 한 해지만, 상반기 실적과 사업 전반의 진전은 기대를 웃돌았다"며 "위고비 제품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과 글로벌 출시 확대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였다. 2분기 비만 치료제 매출은 231억5200만DKK(약 5조690억원)로 고정환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 회사의 위고비(Wegovy·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세계 처음으로 나온 GLP-1 계열 치료제다.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하게 작용한다. 뇌의 식욕 조절 중추에 신호를 보내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줄이는 한편,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원리다.

주사형 위고비는 194억8400만DKK(약 4조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 성장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출시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위고비필은 2분기 32억1800만DKK(약 70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고비필은 출시 약 6개월 만에 미국 누적 처방 50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17일 기준 미국 주간 처방(TRx)은 약 26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제이미 밀러 노보 미국사업 총괄 부사장은 "위고비필이 현재 미국 경구 비만 치료제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보는 위고비필이 기존 주사형 위고비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자를 유입해 비만 치료 시장 자체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고비필 처방 환자의 약 80%는 기존 GLP-1 치료 경험이 없는 신규 환자로 나타났다.

경구 비만 치료제 시장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릴리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를 출시했다. 파운다요는 2분기 9800만달러(약 1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구제 시장에서는 올해 1월 먼저 출시된 위고비필이 초기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노보는 미국 출시 이후 영국과 아랍에미리트(UAE)로 판매 지역을 확대했으며 오는 9월 독일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반면 릴리는 4월 미국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는 단계다.

세미글루타이드 성분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노보노디스크

노보의 당뇨 의약품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2분기 당뇨병 치료제 매출은 504억2900만DKK(약 11조원)로 고정환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대표 제품인 오젬픽(Ozempic·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은 매출이 5% 늘며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경구용 GLP-1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Rybelsus·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미국 내 약가 할인과 리베이트 영향으로 실제 판매 가격이 낮아지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회사는 비용 절감 프로그램도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표한 전사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목표했던 80억DKK(약 1조7000억원) 규모 비용 절감을 조기에 달성했다.

GLP-1 제품군 판매 확대와 해외 사업 성장세를 반영해 올해 연간 실적도 조정했다. 회사는 조정 기준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2%에서 0~-6%로, 조정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도 기존 -10~-20%에서 0~-6%로 변경했다. 전년 대비 감소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하락 폭보다 실적 방어력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카르스텐 크누센(Karsten Knudsen) 노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절감한 비용은 연구개발(R&D)과 상업화 투자에 재투자해 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