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형 제약사 사노피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후보물질 '암리텔리맙'의 개발을 중단했다. 글로벌 임상 3상을 세 건이나 마치고도 허가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후기 임상 단계에서는 드문 결정이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같은 표적(OX40L)을 연구하는 기업들로 향한다. 국내에서는 아이엠바이오로직스(493280)가 대표적이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사노피의 이번 결정을 OX40L을 표적으로 하는 기전의 실패로 보지 않는다. 단일항체의 한계가 드러났을 뿐, 다른 표적을 함께 겨냥하는 이중항체는 충분히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내년 공개될 임상 데이터가 이 같은 회사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자가면역질환은 원인과 면역반응이 복잡해 하나의 기전만 억제해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선행 후보물질에서 제기된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 임상에서 환자 선정 기준과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경식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대표./아이엠바이오로직스

◇3상 성공보다 어려운 '듀피젠트 넘기'

사노피는 암리텔리맙이 표준 치료제 '듀피젠트'를 대체할 만큼의 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암리텔리맙을 듀피젠트와 직접 비교한 임상은 없다. 업계에서는 사노피의 결정이 열등성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본다.

실제로 암리텔리맙은 글로벌 3상 두 건(COAST 1·SHORE)에서 핵심 지표를 충족했다. 장기 추적 연구(ESTUARY)에서는 약을 끊은 뒤에도 약효가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문제는 세 번째 3상(COAST 2)이었다. 미국 허가 기준은 통과했지만, 유럽과 일본 기준에서 막혔다.

유럽과 일본은 피부가 거의 깨끗해진 환자 비율(vIGA-AD 0/1)과 피부 병변이 75%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EASI-75)이 일정 수준을 넘는지 평가하는데, 암리텔리맙은 이 벽을 넘지 못했다.

안전성에서도 찜찜함이 남았다. 전체 임상 참가자 3778명 가운데 카포시육종 2건이 보고됐다. 카포시육종은 특정 바이러스(HHV-8) 감염과 면역 저하가 맞물릴 때 주로 나타나는 희귀 혈관성 종양이다.

두 환자 모두 사전에 위험 요인이 있었고, 임상 진행 중에는 카포시육종이 발생하지 않았다. 사노피는 암리텔리맙과의 인과관계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효능과 안전성 자료를 모두 검토한 결과 개발을 멈추기로 했다"고 발표문에 명시했다.

카포시육종은 OX40 신호 경로를 조절하는 또 다른 항체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로카틴리맙'을 개발하던 일본 교와기린은 카포시육종 확진 및 의심 사례가 나오자 올해 초 모든 임상을 종료했다. 당시 교와기린은 "OX40 경로 조절과의 잠재적 기전적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카틴리맙은 OX40L을 표적하는 암리텔리맙과 달리 OX40 수용체를 표적한다. 기전이 다른 두 후보물질에서 같은 희귀 종양이 반복 보고되면서 후속 개발사들은 효능뿐 아니라 장기 안전성도 함께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듀피젠트'./양사

◇단일항체 한계…아이엠바이오 "이중항체로 돌파구"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사노피 사례를 오히려 이중항체 전략의 근거로 해석한다.

회사 측은 "암리텔리맙은 약효가 오래 유지되고 투약 간격도 길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와 전체적인 효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OX40L이 담당하는 장기적인 면역조절 기능은 유지하면서 다른 염증 경로를 함께 차단하면 초기 치료 효과와 전체 효능을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OX40L 기반 이중항체 'IMB-101'과 'IMB-102′을 미국 네비게이터 메디신에 기술이전했다. 이 가운데 IMB-102는 암리텔리맙과 같은 아토피피부염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회사는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전임상 데이터다. 자체 설치류 아토피 모델에서 IMB-102의 기반이 된 OX40L 항체는 질환을 31% 줄였다. 같은 조건에서 암리텔리맙은 13% 감소에 그쳤다. 회사는 항체가 OX40L에 결합하는 위치(에피토프)가 달라 효능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설치류 실험 결과가 사람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회사는 여기에 항체를 추가로 결합해 OX40L의 장기 면역조절 효과는 유지하면서 초기 치료 반응을 더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해당 항체는 특허를 준비 중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IMB-102는 듀피젠트보다 효능과 투약 편의성 모두에서 더 나은 제품으로 개발 중"이라며 "암리텔리맙이 보여준 장기 약효의 장점은 살리면서 3개월에 한 번 투약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MB-101' 작용 기전./아이엠바이오로직스

◇먼저 시험대 오르는 'IMB-101′…내년 첫 성적표

회사 전략의 성패를 먼저 가늠할 후보물질은 IMB-101이다. 화농성 한선염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파트너사인 네비게이터 메디신은 미국·독일·폴란드 등 8개국 41개 기관에서 중등도·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 첫 환자에게 투약을 시작했고, 내년 9월 1차 평가지표 분석이 목표다.

지난 5월 공개된 임상 1상 결과에서는 투약 용량이 늘어날수록 염증과 관련된 생체지표가 감소했고, 중대한 이상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인 만큼 실제 환자에서도 같은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카포시육종 우려에 답하는 것도 이번 임상의 과제다.

회사가 가장 의식하는 비교 대상은 사노피의 '브리베키믹'이다. IMB-101과 마찬가지로 OX40L과 TNF-α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항체다.

브리베키믹은 화농성 한선염 임상 2a상에서 HiSCR50(염증성 결절과 농양이 5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 66.7%를 기록해 표준 치료제인 '휴미라(58.9%)'를 웃돌았다. 두 염증 경로를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이 실제 환자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첫 임상적 근거로 평가된다.

반면 약물 구조에서는 IMB-101와 차이가 있다. 브리베키믹은 낙타 항체 유래로, 임상 1상에서 환자의 80% 이상에서 항약물항체(ADA)가 확인됐다. 몸이 약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장기 투여 시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IMB-101는 임상 1a상에서 약물 관련 이상반응(TRAE) 3.3%를 기록했고, 면역원성도 낮게 나타났다. 다만 서로 다른 임상시험에서 얻은 결과인 만큼 직접 우열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회사는 브리베키믹과 동등 이상의 효능을 확보하면서도 투약 간격은 더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리베키믹은 2주에 한 번 투약하지만, IMB-101은 8~12주 간격까지 늘리는 것이 개발 목표다.

회사 측은 "파트너사가 IMB-101의 반감기를 개선한 피하주사 제형 후보물질 'NAV-242′의 호주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8주 이상 투약 간격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