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 품목허가를 둘러싼 네이처셀(007390)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적 공방이 식약처의 항소로 심화하고 있다.
법원이 식약처의 허가 반려 결정을 취소하면서 이번 항소심은 단순한 허가 분쟁을 넘어 국내 의약품 허가심사 체계 전반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는 향후 신약 허가 기준과 심사 절차, 운영 방식 등이 달라질지 주목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조인트스템 품목허가 반려 처분을 취소한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식약처는 "1심 법원과 허가 규정의 해석·적용 등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어 상급심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인트스템은 환자 자신의 지방에서 채취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무릎 관절에 주사하는 퇴행성 무릎관절염 치료제다. 네이처셀의 관계사인 알앤엘재생의학연구소가 개발했다.
◇法, 식약처 '허가 반려' 제동…"심사 기준과 절차 정당성 의심"
조인트스템을 둘러싼 갈등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셀은 2017년 식약처에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2018년 반려됐다. 이후 2021년 정식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했으나 2023년에도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네이처셀은 임상시험 대상자를 확대하고 3년 장기추적 결과 등 보완자료를 제출해 2024년 재신청했지만,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다시 반려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9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식약처의 품목허가 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1심 재판부가 문제 삼은 핵심은 식약처가 적용한 허가심사 기준의 적법성과 심사 절차의 정당성이었다.
네이처셀은 국내 임상 3상에서 통증(VAS)과 관절기능(WOMAC) 등 주요 평가변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조인트스템이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네이처셀은 식약처가 기존 심사 기준에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던 '임상적 유의성'이라는 기준을 새롭게 적용해 허가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식약처가 허가 요건인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심사했다고 봤다. 약사법상 명시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허가 여부를 판단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 운영 과정도 문제 삼았다. 약심위는 식약처가 신약 허가를 최종 결정하기 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1차 약심위에서 허가 반대 의견을 낸 위원이 네이처셀의 경쟁기관 재직자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2차 심의가 기존 심사자료와 보완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추가 제출자료 중심으로 진행된 점도 문제로 봤다. 식약처가 최초 제출자료와 이후 제출된 보완자료를 함께 검토했어야 하는데도 추가 자료만 심사한 것은 행정 편의적인 판단이라는 취지다.
◇법조계 "식약처, 허가심사 시스템 위기감에 항소"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항소를 결정한 배경에 조인트스템 한 품목의 허가 여부를 넘어, 의약품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규제기관으로서의 심사 권한과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하고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규제기관이다.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허가심사 과정에서 적용하는 기준과 절차 자체가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어, 향후 신약 심사 방식과 약심위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약품 규제 관련 사건을 다뤄온 한 변호사는 "단순히 한 업체와 규제당국 간 소송이 아니라, 한 정부 부처의 규제 시스템 운영 방식과 관련된 문제"라며 "식약처 입장에서는 기존 허가심사 방식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심에서는 ▲재신청 의약품 심사 절차 ▲임상적 유의성 판단 기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 범위와 독립성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식약처가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기존 허가심사 방식이 적법했고, 임상적 유의성 판단 기준이 신약 허가 과정에서 필요한 근거였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변호사는 "식약처가 네이처셀이 제출한 추가 자료를 중심으로 임상적 유의성을 판단해 허가를 반려했다는 주장을 1심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항소심에서는 기존 심사 방식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식약처가 조인트스템에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 우월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해당 기준이 안전성과 유효성 판단에 필요한 근거라는 점을 의학적·약학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내 허가 절차가 장기화하는 사이 네이처셀은 미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인트스템은 앞서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재생의학 첨단치료제(RMAT) 지정을 받은 데 이어, 2025년 혁신치료제(BT)로도 지정됐다. RMAT·BT 지정에 따라 FDA의 우선 심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처셀은 최근 FDA에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위한 사전회의(Pre-BLA meeting)를 신청했다. Pre-BLA 미팅은 정식 허가 신청에 앞서 FDA와 제출 자료와 심사 전략, 보완 필요 사항 등을 사전 조율하는 절차다. 회사는 국내 임상 3상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허가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