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삼성바이오로직스

국민연금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노사 갈등, 임금 교섭, 주주 배당 같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주주 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일반 투자 목적으로 갖고 있다가 2024년 3월 단순 투자로 변경했고, 이번에 다시 일반 투자로 목적을 바꿨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같은 기간 6.68%에서 6.88%로 2년 4개월여 만에 0.2%포인트 늘었다.

국민연금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보유 상황과 목적을 공시한다. 보유 목적은 경영 참여, 단순 참여, 일반 투자로 나뉜다. 경영 참여는 회사 경영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단순 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인 참여다.

일반 투자는 배당 제안, 이사 선임 반대, 정관 변경, 위법 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순 투자처럼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 보유 목적을 강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으면 굳이 투자 목적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보통 단순 투자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공식 의사 결정 절차를 거쳐 보유 목적을 변경한다"면서 "일반 투자는 배당 등 경영권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주 제안을 할 수 있고 기업과 비공개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창사 이래 한 번도 주주 배당을 실시한 적 없다. 회사는 올해 초 생산 시설 투자를 위해 무배당에 나서며 3년 뒤 배당 정책을 안내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 2조5780억원, 영업이익 1조167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5조원이 관측되는 상황에서 노사 임금 교섭이 진행되며 일부 주주들은 소외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주주와 사측, 임직원이 풀어야 하는 각종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 변경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앞서 국민연금은 한미약품(128940) 주주총회에서도 실력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2024년 8월 한미약품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한미약품은 당시 창업자 일가 형제와 모녀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고, 그해 12월 박재현 전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임시 주주총회에 올렸다. 형제 측은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박 전 대표와 신 회장을 해임하려 했으나 국민연금이 반대하며 무산됐다. 국민연금은 당시 "해임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자 올 3월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단순 투자로 다시 변경했다. 한미약품은 직후 주총에서 채이배 전 국회의원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고 국민연금은 반대 의견을 냈다. 공직자 윤리 위원회 취업 승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안건은 국민연금 반대를 뚫고 찬성 80.6%로 통과됐다. 채 전 의원은 공직자 윤리위 승인을 받고 4월 말부터 한미약품 사외이사를 지내다 지난달 한성숙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기준 한미약품 지분 10.3%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 3월 대웅제약 주주총회에서도 자사주 관련 안건에 반대했다. 대웅제약은 '회사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자기 주식을 상법에 따라 보유, 처분할 수 있다'는 정관을 추가하는 안건을 올렸다. 국민연금은 "회사 지분 구조상 최대주주 찬성만으로 자사주 처분 계획이 주총에서 승인될 수 있고 기타 일반 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대했다. 다만 안건은 국민연금 반대를 뚫고 찬성 86.7%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기준 대웅제약 지분 10.1%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배당 확대 같은 주주 친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일반 소액 주주는 반긴다. 그러나 기업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의 주주 활동 강화가 경영 간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사주 소각이나 정관 변경 같은 주요 안건에 실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을 까다롭게 보고 반대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주주 가치 제고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