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바이오 기업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연달아 매입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950160)이 골관절염 치료제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시고 HLB(028300)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간암 신약 허가를 받지 못하는 등 악재가 겹치며 바이오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美 임상 좌절 코오롱티슈진…이규호 부회장 2억 매수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코오롱티슈진 한국예탁증권(KDR) 1만3158주를 평균 1만52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이 부회장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코오롱티슈진 사내이사를 지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티슈진 지분이 없었지만 이번에 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0.02%를 확보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책임 경영과 주주 가치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면서 "골관절염 치료제 TG-C(옛 인보사)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TG-C가 미국 임상 3상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했다. 환자 통증은 개선됐지만 위약(가짜 약)보다 효과가 좋진 않았다. 코오롱티슈진 종가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76% 넘게 빠졌다.

인터넷 종목 토론 게시판엔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회사는 미국에서 임상 3상 두 건을 진행 중이다. 두 번째 3상 주요 지표는 오는 10월 공개한다.

그래픽=정서희

◇美 허가 3번째 실패한 HLB…진양곤 의장 계열사 주식 매입

진양곤 HLB그룹 의장도 최근 계열사 주식을 약 2억원어치 매수했다. 그는 지난달 22일과 23일 HLB테라퓨틱스(115450)(3만4081주), HLB제넥스(187420)(5만428주), HLB파나진(046210)(5만8000주)를 주당 1065~1705원에 사들였다. 진 의장이 보유한 HLB테라퓨틱스 지분은 0.42%에서 0.46%로 증가했다. HLB제넥스는 2.33%에서 2.48%로, HLB파나진은 0.89%에서 1.01%로 늘었다.

앞서 HLB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FDA 허가를 받지 못했다. 중국 항서제약의 항암제 캄렐리주맙과 함께 쓰는 요법으로 신청했으나 세 번째 실패다. HLB종가는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0일 전날보다 30% 가까이 빠졌다. HLB테라퓨틱스, HLB제넥스, HLB파나진도 일제히 하락했다.

HLB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주가가 동반 급락한 상황에서 기업 가치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기 위해 진 의장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최호일 펩트론(087010) 대표, 이성욱 알지노믹스(476830) 대표도 지난달 13일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최 대표는 펩트론 주식 1만주를 주당 10만5950원에 매수하며 지분이 7.15%에서 7.19%로 늘었다. 펩트론과 미국 일라이 릴리의 공동 연구가 흔들린다는 시장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펩트론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도 알지노믹스 주식 1000주를(주당 3만2250~3만2350원) 매수하며 지분이 16%에서 16.01%로 늘었다.

골관절염 치료제 TG-C. /뉴스1

◇자사주 매입해도 시장 반응은 엇갈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보통 기업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지만 이번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코오롱티슈진과 HLB제넥스, HLB파나진, 알지노믹스는 경영진이 지난달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밝힌 뒤 이달 3일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HLB와 HLB테라퓨틱스, 펩트론은 자사주 매입을 밝히고 같은 기간 주가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불안한 시장 분위기를 꼽는다. 임상 시험과 FDA 허가 실패처럼 본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만으로 투자 심리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동 긴장으로 인한 고금리 장기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약 개발이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투자자들은 신약 개발 성공을 기대하고 주식을 사지만 보통 임상 시험 난관을 뚫고 허가받을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시판에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주 하락은 시장 전반에 대한 공포 심리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읽을 수 있는 이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