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 제약사 5곳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이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희비를 가른 것은 기술료와 해외 사업이었다.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며 하반기에는 고수익 신약이 이익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 종근당(185750), 한미약품(128940), GC녹십자(006280), 대웅제약(069620)의 상반기 연결 기준 합산 매출은 4조4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4106억원이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영업이익은 18% 증가했다.
◇유한양행·한미약품 웃었다…녹십자는 이익 감소
매출 1위 제약사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상반기 연결 매출 1조1237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30% 증가했다. 폐암 신약 렉라자 마일스톤(기술료) 3000만달러(429억원)를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 바이오테크에서 받으며 실적이 개선됐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 이전했고, 이번에 유럽에서 상용화되며 금액을 수령하게 됐다.
종근당은 상반기 연결 매출 9231억원, 영업이익 37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7% 증가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대웅제약의 3세대 위장약 펙수클루 등을 공동 판매하며 매출이 늘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도입 품목 증가로 외형이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낮다"고 밝혔다.
한미약품도 일라이 릴리에서 기술료를 받으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한미약품은 상반기 연결 매출 8602억원, 영업이익 18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영업이익은 55% 증가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에 장 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약 2조원 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이번에 계약금 1129억원을 받으며 실적에 반영됐다. 상반기 원외처방(병원 밖에서 약을 사도록 처방) 매출은 5616억원으로 2018년부터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상반기 연결 매출 7359억원, 영업이익 10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늘었고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다.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해외에서 판매하며 매출을 뒷받침했다. 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녹십자는 상반기 연결 매출이 856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62% 감소했다. 녹십자는 지난 3월 보유한 GC녹십자웰빙(234690) 지분 22%를 GC(녹십자홀딩스)에 505억원에 넘겼다. 2분기부터 녹십자 연결 대상에서 녹십자웰빙이 빠지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녹십자는 일라이 릴리에 백신 개발 회사 큐레보를 매각하고 지난달 계약금 약 2868억원을 받았다. 이 부분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연매출 10兆 넘을듯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성장세는 전통 제약사보다 가팔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합산 매출은 5조1167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 영업이익은 1조9409억원이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영업이익은 49%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연결 매출 2조5780억원, 영업이익 1조167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29% 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파업에도 1~4공장을 최대한 가동하며 제품을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고환율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위탁개발생산(CDMO)은 해외 제약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후 누적 수주 217억달러(31조원)를 기록했다. 위탁 생산 115건, 위탁 개발 176건을 수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일본에 이어 올해 3분기 네덜란드에 영업 거점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 바이오 의약품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판매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연결 매출 2조5387억원, 영업이익 773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 97% 늘었다.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는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트룩시마는 스위스 로슈가 판매하는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다. 램시마SC(피하 주사)는 유럽 주요 5개국에서 시장 점유율 32%를 기록했다. 이는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IV(정맥 주사)를 피하 주사 제형으로 바꾼 것이다.
◇ 고수익 신약이 하반기 이익 좌우할듯
정부가 이달부터 복제약 약가 인하를 추진하며 제약업계 매출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복제약 가격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낮아진다. 신약과 고수익 제품, 해외 사업에 주력한 기업은 괜찮지만 내수에 의존한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이오 기업은 하반기 순항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의 올해 연결 합산 매출은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이익도 4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인수한 6만리터(L) 규모의 미국 록빌 생산 공장 등을 통해 올해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 고수익 제품을 선보이며 직접 판매(직판)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미국, 유럽 등 해외 각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판매망을 갖고 있다. 그밖에 후속 제품을 개발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존 제품을 판매하며 확보한 현금을 신약 후보 물질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