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월 1회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비만약의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공급망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원료의약품(API) 생산을 맡은 SK(034730)그룹 자회사 SK팜테코의 대규모 펩타이드 생산공장 준공으로 국내 생산 체제가 본격적으로 갖춰졌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공급망의 마지막 단계인 완제 생산을 맡을 업체로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펩트론(087010)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펩트론이 당초 계획보다 2.6배 큰 규모로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SK팜테코 '대규모 원료 공장' 승인…'완제 담당' 펩트론에 쏠리는 눈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 자회사 SK바이오텍이 세종 명학산업단지에 건설한 대규모 펩타이드 원료 생산시설인 5공장이 예정대로 지난달 사용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이르면 연말부터 공장을 본격 가동해 현재 생산 중인 릴리의 월 1회 제형 임상용 원료 생산량을 연간 수십 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5공장(M5)은 약 3400억원을 투입한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약 2만6400㎡ 규모다. 이 건물은 5공장과 6공장(M6)이 하나의 건물로 구성돼 있는데, 6공장에는 대형 장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6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SK팜테코의 국내 펩타이드 생산능력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사용 승인으로 일라이 릴리가 국내에 구축 중인 '월 1회 비만약' 생산벨트도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릴리는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의약품 중간체-원료의약품-완제품'까지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하는 CDMO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생산벨트는 이미 올해 2월부터 가동됐다. 앞서 조선비즈는 지난 3월 릴리가 SK바이오텍 공장에서 월 1회 제형 임상용 원료 생산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M5 공장 사용 승인으로 당시 가동에 들어간 원료 생산 체계가 대규모 생산 기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충북 청주 오창에 위치한 아이티켐(309710)이 의약품 중간체를 공급하면, 세종의 SK바이오텍이 이를 받아 원료를 생산하는 구조다. 아이티켐은 SK바이오텍과 올해 2월부터 내년 5월까지 중간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이티켐은 릴리의 관리 하에 SK바이오텍과 계약을 맺고 중간체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의 5·6공장 건설 과정에는 릴리 본사 관계자들이 수주간 상주하며 생산설비 실사(audit)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SK바이오텍에서 생산된 임상용 원료가 국내에서 완제 생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릴리는 지난 3월 보건복지부와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한국 내 임상 연구 확대에 나선 데 이어, 국내 임상 전문가도 충원 중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공급망의 마지막 단계인 완제 생산이다. 현재 릴리가 월 1회 GLP-1 비만약 공동연구를 진행 중인 기업은 국내 펩트론(087010)과 스웨덴 카무루스다.
업계에서는 릴리가 구축한 국내 CDMO 생산벨트가 충북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펩트론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오창(아이티켐), 세종(SK바이오텍), 오송(펩트론)이 인접해 있어 냉장 유통(콜드체인)이 필수인 펩타이드 의약품을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배 커지는 '펩트론 2공장'…생산 물질 늘고, 연구 범위 확대
펩트론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9월 착공 예정인 오송 제2공장은 당초 약 1만2000㎡ 규모로 계획됐지만 최근 약 3만㎡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생산설비 추가 도입과 성능 개선(스펙업)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며, 당초 약 890억원으로 예상됐던 투자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공동연구에는 장기지속형 제형 뿐 아니라 자동주사제(오토인젝터) 기술 개발도 포함돼 있다.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와 오토인젝터를 적용하면 환자는 한 달에 한 번 버튼만 누르는 방식으로 약물을 손쉽게 자가 투여할 수 있다.
제2공장은 릴리와 공동 개발 중인 월 1회 비만약 생산을 위한 미국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cGMP) 시설로 건설된다. 당초 유럽연합(EU) 수출용 GMP 공장으로 추진됐지만, 지난 3월 미국 수출이 가능한 cGMP 시설로 변경되면서 공장 확대와 생산설비 성능 개선도 함께 추진됐다. 회사는 기존 오송 1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인 100만 바이알(병)을 10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공장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외국계 투자기관을 포함한 복수의 기관이 투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는 국민성장펀드 활용과 외부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유상증자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제2공장 증설이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릴리의 차세대 장기지속형 비만약 생산까지 염두에 둔 투자라고 보고 있다.
펩트론은 이미 앞선 공동연구에서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원료를 활용해 월 1회 제형 완제품 생산 테스트를 마쳤다. 당초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공동연구가 오는 10월 7일까지 연장되면서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할 후보물질 또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구 대상에는 GLP-1·위억제펩타이드(GIP)·글루카곤(GCG) 삼중작용제인 '레타트루타이드', GLP-1·GIP 이중작용제 '브레니파타이드', 선택적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 '엘로랄린타이드' 등 가운데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연구도 당초 비만과 당뇨 치료제 개발에서 나아가 알츠하이머병과 알코올사용장애(AUD)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