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노보노디스크 본사 앞./로이터 연합뉴스

비만 치료 신약 '위고비'로 세계 시장을 선도한 덴마크 제약 기업 노보 노디스크가 심혈관질환 신약 개발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후기 임상시험에서 핵심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비만치료제에 편중된 성장 전략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현지 시각)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질티베키맙(ziltivekimab)​이 임상 3상에서 주요 심혈관계 이상반응(MACE)을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MACE는 심혈관 사망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을 의미하는 심혈관 임상의 핵심 평가지표다.

이번 임상에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과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염증 수치가 높은 환자 6300여 명이 참여했다.

질티베키맙은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인터루킨-6(IL-6) 경로를 차단해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추는 원리의 치료제로 개발돼 왔다.

노보 노디스크는 "일부 염증 관련 생체지표에서는 개선 효과를 확인했지만, 실제 심혈관 사건 발생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위약군과 비슷했으나 중증 감염은 질티베키맙 투여군에서 더 많이 보고됐다. 전체 사망률에는 차이가 없었다.

마틴 홀스트 랑게 노보노디스크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질티베키맙이 기대했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심혈관질환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코펜하겐 증시에서 장중 최대 10% 하락했고, 미국예탁증서(ADR)도 개장 전 거래에서 8% 넘게 떨어졌다. 이는 올해 2월 차세대 비만치료제 '카그리세마(CagriSema)'의 임상 결과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증권가는 이번 임상 실패가 당장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질티베키맙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질티베키맙은 비만 치료제 외 분야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였다"며 "이번 결과는 노보노디스크가 여전히 비만 사업의 상업적 성과와 외부 기술 도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고 CNBC는 전했다.

주사제에 이어 나온 먹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로이터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한 데 이어 영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일라이 릴리도 지난 4월 경구용 비만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2024년 고점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일라이 릴리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비만 외 신규 파이프라인의 성공 여부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오는 5일(현지 시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비만 치료제 판매 동향과 함께 고용량 위고비, 카그리세마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의 개발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