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제약이 국내 최초 비(非)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성분명 오피란제린)'의 반복 투여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사용 범위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수술 후 급성 통증 치료에 머물렀던 활용 범위를 만성 통증으로 넓혀 시장성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연내 미국 임상 3상에도 다시 도전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비보존제약 관계사 비보존은 서울아산병원이 진행한 연구자 주도 임상 2상에서 어나프라를 30분 간격으로 반복 투여한 결과, 위약군보다 통증 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수술 후 중등도에서 중증의 급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반복 투여 시 진통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됐다. 주요 평가 지표인 통증강도 면적합 분석에서 어나프라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통증 강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이번 결과는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규제기관 허가 자료로 직접 활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회사는 짧은 간격으로 반복 투여해도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치료 대상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어나프라는 비보존제약이 개발한 국내 38호 신약이다. 2024년 12월 수술 후 중등도에서 중증의 급성 통증 조절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복강경 대장절제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통증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 약은 마약성 진통제의 의존성 문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위장관·심혈관계 부작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펜타닐을 대체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로도 기대를 모은다.
앞서 올해 초 서울삼성병원이 진행한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는 어나프라가 수술 후 통증 관리에서 펜타닐과 유사한 진통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염진통제 등 다른 비마약성 진통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오피오이드 없이 수술 후 통증을 관리하는 전략도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피오이드는 모르핀, 헤로인, 메타돈, 펜타닐, 옥시코돈 등을 포함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수술 후 통증 조절 등에 널리 쓰이지만 의존성과 과다복용 위험이 크다.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이 25~54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심각해 '오피오이드 위기(Opioid Crisis)'라는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비보존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성 통증 치료 분야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어나프라는 급성 수술 후 통증 치료제로만 사용돼 만성 요통이나 신경통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었다. 회사는 어나프라가 통증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원리를 가진 만큼 반복 투여를 통해 만성 통증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용 범위 확대는 매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어나프라는 지난해 10월 비급여로 출시된 뒤 두 달 만에 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 300병상 이상 대형종합병원은 한국다이이찌산쿄와, 300병상 이하 의료기관은 한미약품(128940)과 판매·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었다.
해외 시장 공략도 다시 추진한다. 비보존제약은 2010년대 후반 미국에서 어나프라 임상 3상을 진행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회사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다시 신청하고, 기술이전 계약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국내 3상은 복강경 대장절제술 후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미국에서는 무지외반증 수술 후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FDA와 환자군 선정 등 구체적인 임상 디자인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 'VVZ-2471'은 어나프라를 발굴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현재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비보존제약은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 'VVZ-2471′은 어나프라를 발굴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현재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VVZ-2471을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뿐 아니라 약물중독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오피오이드 중독(OUD) 치료제 개발 과제로 선정됐으며, 현재 코카인 중독(CUD) 치료제 개발 과제도 NIH에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코카인 중독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