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내년 하반기 폐렴구균 백신 'GBP410'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름을 알린 뒤 '코로나 백신 기업'을 넘어설 수 있을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다.
GBP410은 21개 혈청형을 포함한 폐렴구균 백신이다. 회사에 따르면 미국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원인 혈청형의 약 64%, 유럽에서는 약 74%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발은 상업화를 향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2018년 임상 1상을 시작한 뒤 지난해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했고, 현재 미국·유럽·한국에서 영유아 약 77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내년 하반기 임상 3상 톱라인(주요 지표) 결과를 확보한 뒤 2029년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410을 시작으로 폐렴구균 백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프랑스 사노피와 최대 53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GBP410보다 더 많은 혈청형을 포함하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개발하는 내용이다.
상업화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경북 안동 생산시설 증설을 마쳤고, 올해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정책자금도 확보했다.
다만 신약은 상업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410의 성과가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2023년 인수한 IDT바이오로지카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IDT는 10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진 독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백신에 더해 항암백신과 보툴리눔 톡신 등을 생산하며 다케다와 암젠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이곳의 독일 생산시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제조·품질관리 기준(cGMP)을 충족했으며,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서면심사도 통과했다.
인수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유럽연합(EU) 산하 보건·디지털 집행기구(HaDEA)가 추진하는 차세대 백신 개발 과제를 IDT와 공동 수주했다. MSD와 힐레만연구소가 참여하는 2세대 자이르 에볼라 백신 프로젝트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원액 생산을, IDT가 완제 개발과 생산을 맡는다.
회사는 앞으로 CDMO 매출을 인수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리고 영업이익률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생산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하고 있다.
회사는 이런 전략을 뒷받침할 강점으로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꼽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게이츠재단,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과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장티푸스 백신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구축한 네트워크는 신규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졌다. CDC와의 로타바이러스 백신 라이선스 계약, 게이츠재단 산하 연구기관과의 RSV 항체 치료제 기술 도입, AI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 'ROTOR' 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1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 15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445억원으로 확대됐다. 인천 송도 신사옥 이전 비용과 GBP410 글로벌 임상 3상 연구개발비가 동시에 반영된 영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 단계에 있다"며 "GBP410과 CDMO 사업을 두 축으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인공지능(AI)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차세대 플랫폼 기술까지 더해 글로벌 백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