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 마운자로를 처방받기 위해 60대 이상 고령층까지 병원에 달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젊은층과 다르게 미용보다 건강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찾는다고 한다. 비만 치료제는 약값이 비싸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접근할 수 있다. 빈곤한 노후에는 그림의 떡이라 건강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살 빼고 무릎 통증 완화"…80대 이상도 찾는다
조선비즈가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국내 상륙 이후 올해 6월까지 60대 이상에게 10만4327건 처방 점검이 이뤄졌다. 이는 의료진이 비만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 중복 처방 등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로 확인된 수치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처방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각각 지난 2024년 10월, 작년 8월 국내 출시됐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올해 상반기까지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누적 8만7216건, 1만7021건 처방 점검이 이뤄졌다. 위고비는 전체(129만4227건)의 약 7%, 마운자로는 전체(183만6467건)의 1%를 고령층이 찾는 셈이다. 연령별로 합산하면 60대 9만789건, 70대 1만2394건, 80대 이상 1054건이다.
이들은 체중을 감량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비만 치료제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심장병 같은 각종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의료계는 몸무게를 5~10% 줄이면 신체 대사(代謝)가 좋아져 혈당 수치가 개선되고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대한비만학회장)는 "고령층은 미용보다 질병 개선을 위해 비만 치료제를 찾는다"면서 "나이가 들어 무릎 관절이 아플 때도 체중을 감량하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어르신이 관절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근처 정형외과에서 처방전을 받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소득 낮은 것도 서러운데…비만도 양극화?
위고비는 국내에서 만 12세 이상, 마운자로는 18세 이상에게 처방하며 나이 상한은 없다. 모두 식후 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모방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 억제에 관여한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위고비는 대사 이상 지방간염(지방간·MASH) 치료제로 발전했으며 GLP-1 의약품이 암 진행을 늦춘다는 해외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소득 수준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국내 가격이 용량에 따라 월 20만~70만원 수준이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75세 이상 2명 중 1명은 복부 비만이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은 '한국 사회 동향 2025'에서 국내 66세 이상 소득 빈곤율이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노인 빈곤 사회에서 월 수십만원 약값을 수개월~수년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비만 치료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조언도 있다. 식단과 적당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재헌 교수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체중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근육이 손실될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배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 30분씩 등에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걷는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고령층은 어느 정도 체중이 있어야 (마른 것보다) 오래 사는 '비만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과도하게 살을 빼기보다 체질량지수(BMI)에 맞춰 1년에 10% 같은 목표를 정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