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복제약(제네릭) 허가 절차 관련 회신을 받았다며 "임상 리스크가 전혀 없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삼천당제약은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의 첫 제네릭 개발을 목표로 FDA와 Pre-ANDA 절차를 진행해왔다. 회사는 이번 회신을 근거로 "규제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FDA 공식 가이드라인과 허가 전문가,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Pre-ANDA 회신만으로 'BE 시험만으로 허가 진행이 가능하다'는 수준까지 해석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천당제약(000250)이 과거에도 계약 규모와 사업 전망 등을 둘러싸고 공시 논란을 반복해왔던 만큼, 이번 발표 역시 보다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천당제약 사옥 전경./박수현 기자

ANDA는 원래 임상을 하지 않는다

ANDA(Abbreviated New Drug Application)는 미국에서 복제약을 판매하기 위해 제출하는 허가 신청이다. 이미 허가받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시 입증하는 임상 1·2·3상은 원칙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복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치료학적으로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분·함량·제형·투여경로가 동일한 약학적 동등성과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와 정도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생물학적동등성(BE)을 증명해야 한다. 통상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BE 시험과 품질·제조(CMC)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신청한다.

따라서 "별도의 임상시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의 설명은 ANDA 제도의 일반적인 특징과 부합한다.

다만 이는 신약 개발에서 요구되는 대규모 안전성·유효성 임상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전 대표의 표현처럼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BE 시험 결과에 대한 FDA의 정식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the pre-ANDA program includes product development meetings and pre-submission meetings and is intended to clarify regulatory expectations for prospective ANDA applicants early in product development, assist applicants in developing more complete submissions, promote a more efficient and effective ANDA assessment process, and reduce the number of assessment cycles required to obtain ANDA approval."
(Pre-ANDA 프로그램은 제품개발 미팅(Product Development Meeting)과 사전 제출 미팅(Pre-submission Meeting) 등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ANDA 신청 예정자에게 규제 요건에 대한 기대사항을 명확히 제시하고, 신청자가 보다 완성도 높은 신청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ANDA 심사 과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최종 허가를 받기까지 필요한 심사 횟수를 줄이는 데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복합 제네릭 개발사와 FDA 간 공식 미팅 가이드라인(Formal Meetings Between FDA and ANDA Applicants of Complex Products Under GDUFA)'

"FDA가 확정적 표현을 쓰는 건 매우 이례적"

삼천당제약이 진행한 Pre-ANDA는 복합 제네릭(Complex Generic) 개발사를 위한 사전 협의 프로그램이다. FDA는 복합 제네릭을 복잡한 활성성분(펩타이드·혼합물 등), 제형, 전달기전 또는 의료기기 결합 제품 등을 포함하는 의약품으로 분류한다.

삼천당제약이 개발 중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도 펩타이드 기반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경구로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한 복합 제네릭에 해당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허가 전문가는 "Pre-ANDA는 기존 방식으로 동등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복합 제네릭에서 개발사가 새로운 입증 전략을 FDA와 사전에 논의하는 절차"라며 "개발사가 제안한 전략에 대해 FDA가 '검토가 가능하다'거나 '추가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수준의 과학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방향에 대한 의견일 뿐, BE 시험만으로 허가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정하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사가 'BE 시험만으로 가능하냐'고 질의해도 FDA는 통상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면서 판단하겠다'는 식으로 보수적으로 답한다"며 "동등성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경우에도 FDA는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BE 시험만으로 허가 진행이 된다'는 표현은 FDA의 공식 판단이라기보다 회사가 회신 내용을 해석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천당제약은 "FDA가 보내온 회신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업상 비공개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답변서 전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비즈가 영업비밀을 제외한 일부 내용만이라도 공개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회사 측은 "일부만 발췌하면 문장 해석 과정에서 추가적인 논란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삼천당제약 서울 사옥 내 붙은 회사 현판./박수현 기자

◇허가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전문가는 "회사가 제시한 전략에 대해 FDA가 검토 의향을 밝혔다면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그것이 BE 시험 결과의 적정성까지 확인해준 것은 아니다. BE 시험 자료는 결국 ANDA 심사 과정에서 FDA가 검토해야 하고, 이후에도 제조소 실사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고 말했다.

개발사가 ANDA를 제출하면 FDA는 먼저 접수 요건을 검토(Filing Review)한다. 접수가 완료되면 본심사(Substantive Review)가 시작되며, 이 과정에서 정보요청(IR)이나 결함통지(DRL)를 통해 추가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심사 결과는 승인(Approval), 잠정승인(Tentative Approval), 또는 최종보완요구서(CRL) 발급으로 이어진다.

과거 영국 히크마파마슈티컬스도 천식 치료제 '애드베어 디스커스' 제네릭의 ANDA를 제출한 뒤 FDA로부터 CRL을 받았고, 이후 추가 시험과 보완 자료를 제출한 끝에 허가 절차를 다시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BE 시험 결과만으로는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회사가 일부 지표를 공개하기는 했지만 원자료와 세부 분석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FDA 기준을 충족하는지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종 허가를 좌우하는 변수는 또 있다. 제조소 실사다. 전문가는 "제네릭 제조소 실사는 신약 제조소 심사와 사실상 같은 수준으로 진행되며, 복합 제네릭은 오히려 제조공정 검증 비중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조소 실사를 FDA 허가 절차의 가장 큰 고비로 꼽는다. 신약 개발 경험이 있는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FDA 실사에 대비해 수억원을 들여 외부 전문기관의 모의실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최근에는 FDA가 생산설비뿐 아니라 데이터 무결성까지 엄격하게 평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삼천당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관리기준(GMP) 미준수와 일부 품목의 관리·감독 및 회수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행정처분은 미국 FDA 허가 심사와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제조 및 품질관리 역량이 제네릭 허가의 핵심 변수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삼천당제약의 사례는 금융감독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회사를 비롯해 업계 전반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계기로 지난 4월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운영 중이며 이르면 이달, 늦어도 8월 초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발 초기 성과나 규제기관 협의 결과를 공시할 때 어느 수준까지 확정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조선비즈 질의에 "큰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업별 사례가 다양해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