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의 후기 임상시험에서 또다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보다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다시 확인하면서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당초 올해로 예상됐던 미국 허가 신청은 제조·품질 자료 보완을 위해 내년 초로 미뤄졌다.
릴리는 23일(현지 시각) 비만과 제2형 당뇨병 환자, 비만과 심혈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두 건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서 레타트루타이드가 체중 감소와 대사 지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함께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80주 투여 결과 최고 용량(12mg) 투여군의 평균 체중이 20.8% 감소했다. 약 50파운드(약 22.7㎏)를 감량한 수준이다. 당화혈색소(HbA1c)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 환자는 일반 비만 환자보다 체중 감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임상에서는 중증 비만과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80주 동안 평균 22.6%의 체중을 줄였다. 감량 폭은 평균 55.8파운드(약 25.3㎏)에 달했다. 혈압과 중성지방, 비(非)HDL 콜레스테롤, 염증 수치 등 심혈관 위험인자도 함께 개선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번 결과로 레타트루타이드는 지금까지 진행된 5건의 후기 임상시험에서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게 됐다. 릴리는 이를 바탕으로 비만뿐 아니라 무릎 골관절염 통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적응증까지 포함해 글로벌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 일정은 다소 늦춰졌다. 릴리는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제조 및 품질관리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검증하기 위해 내년 1분기 생물의약품 허가(BLA)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당초 올해 안에도 허가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이른바 '트리플 G(Triple G)' 약물로 불린다. 기존 비만 치료제가 GLP-1 또는 GLP-1·GIP 두 가지 호르몬을 표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GLP-1·GIP·글루카곤까지 세 가지 호르몬을 동시에 활성화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늘려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현재 시판 중인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국내명 마운자로) '는 GLP-1과 GIP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이며,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GLP-1만을 표적으로 한다.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릴리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낮은 용량에서도 기존 비만 치료제의 최고 용량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며 "용량을 여러 단계에 걸쳐 천천히 늘리지 않아도 되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릴리는 레타트루타이드를 생물의약품으로 허가받을 경우 불법 복제약과 무허가 조제 시장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생물의약품은 일반 의약품보다 복제와 조제가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레타트루타이드는 릴리가 젭바운드에 이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파이프라인이다. 글로벌 투자업계는 이 약물이 향후 릴리의 비만 치료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TD코웬은 올해 초 보고서에서 레타트루타이드의 2030년 매출을 38억달러(약 5조5700억원) 규모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