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꼽히는 '넥틴-4′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시장을 선점한 미국 화이자의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의 한계를 개선해 '포스트 파드셉' 자리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리가켐바이오(141080), 인투셀(287840) 등이 넥틴-4 ADC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넥틴-4는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방광암(요로상피암), 유방암, 폐암 등 일부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ADC 개발의 주요 표적으로 주목받는다.
현재 넥틴-4 ADC 시장은 일본 아스텔라스와 미국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파드셉'이 선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12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로 파드셉을 처음 허가했으며,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3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제로 품목허가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요로상피암 ADC 허가 사례다.
다만 파드셉은 피부 독성, 고혈당, 말초신경병증 등의 부작용으로 투여 용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후발주자들은 항암 효과는 유지하면서 독성을 낮이고 내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도 넥틴-4 ADC 후보물질 2종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개발을 진행 중인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7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넥틴-4 ADC 후보물질 'CT-P71'의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 임상 1상에 돌입했다. CT-P71은 국내 바이오 기업 피노바이오와 공동 개발한 물질이다.
전임상에서는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항암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특히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와 이종이식 모델에서 파드셉 내성 암종에서도 안정적인 항암 효과를 보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T-P71은 암세포의 DNA 복제 과정에서 손상을 유발하는 차별화된 페이로드(약물)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4월에는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선심사(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으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CT-P71 임상 1a상에서 적정 용량을 확인하고, 내년 1b상에서 효과가 기대되는 고형암 적응증을 선별할 계획이다. 이후 2상에서는 요로상피암을 포함한 주요 적응증을 대상으로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ADC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전날 공동 연구 파트너인 인투셀과 ADC 후보물질 'SBE303'의 개발·상업화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SBE303에는 인투셀의 링커 플랫폼 '오파스(OPAS)' 기술과 중국 프론트라인의 페이로드(약물)가 적용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인투셀은 2023년 12월 최대 5종의 ADC 후보물질을 공동 발굴하는 연구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계약은 당시 발굴한 첫 번째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한 후속 협력이다.
회사는 지난달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공개한 전임상 결과를 통해 오리지널 치료제인 파드셉 대비 13배 높은 내약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이달 임상 1상 투약을 시작했으며, 2031년 7월까지 글로벌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도 넥틴-4 ADC 분야의 주요 개발사로 꼽힌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 개발 기업 넥틴 테라퓨틱스와 손잡고 2개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자체 ADC 플랫폼 '콘쥬올'과 넥틴 테라퓨틱스의 항체 기술을 결합한 방식이다.
두 후보물질은 지난해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처음 공개됐다. 전임상 결과 파드셉 대비 유의미한 항종양 효과와 안전성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고용량 투여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 파드셉의 한계로 지적된 피부 독성과 신경 독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넥틴-4 ADC 시장은 이미 파드셉이 자리 잡았지만, 부작용 개선과 효능 차별화를 입증하는 후속 후보물질이 등장하면 시장의 주도권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