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컨벤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산업 전시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USA) 2026'. 전세계 76국의 1600기업이 참여하고 2만명이 방문한다.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 및 기관은 350곳이 참여했다. 개최국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참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주가는 시장 변동성과 투자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산업 경쟁력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일군 성과가 수출 확대라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수출 실적은 최근 3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 실적은 33조846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의약품 수출액은 104억3800만달러로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무역수지도 15억581만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76억4000만달러로 전체 의약품 수출의 약 73%를 차지했다.

올해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45억달러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증가한 규모다.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와 국내 기업들의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증가가 수출을 견인했다. 수출 시장도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스위스를 비롯해 헝가리, 네덜란드, 독일 등이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 잡으며 K바이오의 글로벌 공급망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국산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와 생산시설 투자, 기술 수출이 맞물리면서 K제약·바이오의 경쟁력도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1월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 개소식을 개최했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CDMO, K바이오 성장 견인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 성장의 중심에는 바이오시밀러와 CDMO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은 지난해 나란히 매출 4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환자들의 치료 환경과 의약품 공급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바이오시밀러 18개 중 한국 제품이 5개로 국가별 순위 1위에 올랐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군 확대와 글로벌 직판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11개인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2030년 18개, 2038년 41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운영하던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을 인수해 올해 1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5월에는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Gifrer)를 품었다. 생산 거점 확보와 현지 유통망 강화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유럽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CDMO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하며 미국 내 첫 생산 거점을 확보했고, 6만리터(L) 규모 생산시설을 추가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기존 78만5000L에서 84만5000L로 확대했다.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도 단행했다. 인수 규모는 약 2조7000억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항체의약품 중심 사업에서 펩타이드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 비만·당뇨 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 생산 시장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진이 유효 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종근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종근당

◇렉라자·알리글로…국산 신약 글로벌 상업화 시대 열다

국산 신약의 글로벌 판매 확대와 대규모 기술 수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개된 국내 기업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기록인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유한양행(000100)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과 글로벌 기술 수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 이전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올해 2분기 글로벌 매출 2억8900만달러(약 43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8% 증가한 규모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5억4600만달러(약 8100억원)로 전년 대비 70.4% 늘었다.

GC녹십자(006280)의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알리글로 매출은 2024년 약 5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86억원)에서 지난해 약 1억600만달러(약 1511억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6% 증가한 3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GC녹십자는 미국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오창공장에 2030년까지 14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다.

한미약품(128940)은 올해 미국 일라이 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최대 12억6000만달러 규모로 기술 이전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아리바이오는 치매 치료제 분야에서 글로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월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AR1001'에 대한 최대 7조원 규모의 글로벌 판권 계약을 맺었다.

이선명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 파트장(선임연구원)이 6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세계 첫 근육 증가 비만치료체 HM17321의 주요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한미약품

◇ADC·비만·MASH·치매…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경쟁

국내 기업들은 기존 제품 성장과 함께 차세대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산 1호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를 위해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함께 삼중작용(GLP-1·GIP·글루카곤) 기반 비만 치료 신약 후보물질 'HM15275'와 근육 증가형 비만 치료 후보물질 'HM17321', 'HM500197' 등 차세대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상 결과 발표도 앞두고 있다.

종근당(185750)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항암 신약 개발과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확대에 나섰다. ADC 후보물질 'CKD-703'은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1·2a상 첫 환자 등록을 시작하며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동시에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협력해 유망 바이오텍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도 신약 개발과 CDMO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항암·면역염증·신경퇴행성 질환 분야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수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에스티팜(237690)은 올리고핵산 치료제와 mRNA 분야 CDMO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제2올리고동 가동을 통해 임상 초기부터 상업 생산까지 대응 가능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자체 5' 캡핑 기술과 LNP 플랫폼을 앞세워 RNA 치료제 시장을 공략한다.

K메디컬 에스테틱 분야도 글로벌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앞세워 미국 시장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한 북미 판매 확대와 함께 남미·동남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휴젤(145020), 파마리서치(214450), 메디톡스(086900), 엘앤씨바이오(290650), 제테마(216080), 클래시스(214150) 등이 톡신·필러·미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해외 매출 확대를 이어가며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