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950160)이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공시와 보도자료, 발표자료의 핵심 수치가 서로 다르게 기재되는 혼선이 발생했다.
회사는 "자료 작성 과정의 단순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내부 분석팀이 직접 산출한 임상 데이터를 대외에 공개하면서 기본적인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을 남겼다. 2019년 인보사 사태 당시 법원이 지적했던 '의사결정과 업무처리의 불투명성'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접 분석했는데 숫자는 제각각…검증 체계 도마 위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일 TG-C 미국 임상 3상(TGC15302) 톱라인(주요 지표) 결과를 공시한 데 이어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가 투자자와 언론에 공개한 자료마다 핵심 수치가 달랐다.
가장 큰 혼선은 관절 기능을 평가하는 WOMAC 총점에서 발생했다. 기자간담회 발표자료의 요약표에는 12개월 WOMAC 변화량이 TG-C 투여군 -27.57, 위약군 -26.34로 기재됐다. 반면 같은 발표자료 안의 추이 그래프와 전날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TG-C군 -26.34, 위약군 -27.57로 두 군의 수치가 서로 뒤바뀌어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최종 수치는 TG-C군 -27.61, 위약군 -26.54였다.
통증지수(VAS) 역시 보도자료와 발표자료에는 TG-C군 -38.6, 위약군 -39.1로 적혔지만 공시에서는 각각 -38.7, -39.2였다.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는 p값도 공시는 0.8322, 발표자료는 0.8494로 서로 달랐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법인으로부터 데이터를 전달받아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오류이며, 공시 수치가 최종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임상의 톱라인 분석을 외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아닌 회사 내부 분석팀이 직접 수행한 만큼, 대외 공개 과정에서 자료 간 수치가 엇갈린 것은 내부 승인 체계와 데이터 검증 절차가 충분히 작동했는지 의문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사 무죄' 이후에도 반복된 허점…인보사 교훈 잊었나
이번 혼선은 2019년 국내 바이오업계를 뒤흔든 인보사 사태 이후 코오롱그룹이 안고 있는 신뢰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인보사는 2017년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 자료상 '연골 유래 세포'로 기재됐던 성분이 실제로는 신장 유래 세포(GP2-293)였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허가 신청부터 시판, 3700여명 투여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사실은 공시에도 사업보고서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형사재판에서는 회사 측이 허가 당시 세포 기원의 차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임직원들에게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형사상 고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관리 책임까지 면제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확실성이 큰 신약 개발 과정에서 피고인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처리 방식의 불투명성이 문제를 가중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임상 3상 발표 과정에서도 자료마다 핵심 수치가 엇갈리면서, 법원이 지적했던 내부 관리 체계의 허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오롱티슈진은 간담회 종료 후 6시간 만인 오후 5시께 공시 기준 수치로 수정한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계열사 전반 번질 후폭풍…'TG-C' 의존 구조 시험대
이번 혼선은 임상 결과 자체보다 시장 신뢰를 더 크게 훼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21일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지주사 코오롱은 모두 하한가를 기록했다. 간담회장에서는 일부 주주들이 입장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증권가도 기대치를 크게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TG-C의 임상성공확률(LOA)을 기존보다 45%포인트 낮은 50%로 조정했고, 위험조정 순현재가치(rNPV) 역시 약 9조9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하향했다.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낮췄다.
업계에서는 TG-C의 상업화가 지연될 경우 그룹 바이오 사업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코오롱의 바이오 사업은 사실상 TG-C를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구조여서 상업화 일정이 늦어질 경우 자산가치 재평가와 추가 자금조달, 생산설비 운영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공개 예정인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TGC12301)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임상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조달 부담도 불가피하다. 회사는 앤디 웨이먼 최고의학책임자(CMO) 주도로 이번 실패 원인 규명 작업을 연말까지 마치고, 필요시 추가 임상 등 대응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정인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로서는 추가 자금 조달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며 "필요할 경우 최대주주(코오롱)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