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CGT)가 기술력은 인정받고도 허가와 상업화의 벽을 넘지 못하며 잇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차세대 재생의학의 핵심으로 주목받았던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는 규제 불확실성과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맞물리면서 개발사들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CGT는 임상시험부터 품목허가,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난관에 직면해 있다. 임상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허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데다, 어렵게 허가를 받아도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코오롱티슈진(950160)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 미국 임상 3상 결과에 쏠렸다. 회사는 전날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공동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TG-C는 1차 평가변수인 통증(VAS)과 관절 기능(WOMAC) 개선 효과 모두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장기간 추적 관찰한 안전성 평가에서는 새로운 안전성 우려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는 오는 10월 두 번째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두 번째 시험은 첫 번째와 다른 임상기관과 평가자, 환자군으로 진행된 독립적인 임상으로, 향후 개발 방향을 결정할 핵심 결과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첫 번째 시험에서는 예상보다 큰 위약 반응이 결과 해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추가 분석에서 확인된 기관별 반응 차이 가능성 등 여러 변수에 대해 다각도의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앞두고 지난 16일 주가가 하루 만에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일부 결과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임상 성공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는 연초 7만원대에서 5개월 만에 40% 이상 상승한 바 있다.
TG-C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1회 관절강 내 주사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골관절염 근본적 질환 치료제(DMOAD)는 없다. 현재 환자들은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 인공관절 수술 등 증상 완화 중심의 치료를 받고 있으며,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DMOAD 개발에 실패했다.
TG-C의 개발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인보사'라는 이름으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허가 자료에 기재된 연골 유래 세포 대신 신장 유래 세포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허가가 취소됐다.
반면 FDA는 해당 문제가 안전성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판단해 임상 재개를 허용했다. 코오롱티슈진은 두 번째 임상 3상 결과와 추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FDA와 향후 개발 방향을 협의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네이처셀(007390)의 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도 허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임상적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두 차례에 걸쳐 품목허가 신청을 반려하자 네이처셀 관계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식약처의 허가 반려 처분을 취소했다.
법원은 최초 제출자료와 두 차례 보완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도 추가 보완자료만 심사한 것은 행정 편의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식약처가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최종 허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인트스템은 FDA로부터 혁신치료제(RMAT)로 지정받았으며, 한국 임상 3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 추가 임상 없이도 품목허가를 신청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허가보다 더 어려운 관문은 상업화다. 국내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인 메디포스트(078160)의 '카티스템'은 2012년 국내 허가를 받아 10년 넘게 판매되고 있는 대표적인 CGT다. 그러나 제품 매출은 연간 200억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지난해 줄기세포 치료제와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 매출은 195억원으로 전년보다 3.6% 감소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임상 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은 68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95억원 확대됐다.
메디포스트는 돌파구를 해외 시장에서 찾고 있다. 회사는 일본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허가를 받으면 내년 말부터 현지 파트너사인 테이코쿠제약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임상 3상 첫 환자 등록과 투약을 완료했으며, 미국과 캐나다 70여 개 기관에서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허가용 임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FDA는 카티스템의 허가용 임상을 통상 요구되는 두 건이 아닌 단일 중추 임상으로 진행하는 데 동의했다. 국내 장기 투약 환자의 실사용근거(RWE)와 일본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임상 규모를 기존 600명에서 300명으로 줄였고, 임상 기간도 3~6개월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이에 따라 개발 비용도 20~30%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첨단재생의료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재생의료는 사람의 세포와 유전자 등을 활용해 손상된 조직과 기능을 재생·회복시키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술이다. 기존 의약품이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첨단재생의료는 손상된 조직과 세포를 회복시키는 근본적 치료를 목표로 한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산업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장의 평가 기준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임상 성공 자체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허가 이후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화 역량이 기업가치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디포스트는 일본 임상 3상 성공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했고, 코오롱티슈진 역시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CGT 산업은 이제 임상 성공만으로 평가받는 시대를 지나 허가와 생산, 보험 등재, 해외 진출까지 포함한 상업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규제 개선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화 생태계와 투자 환경을 함께 구축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