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발표 이틀 전까지 상업화 미팅을 계속하고 있었다."
"위약군에서 이 정도의 효과가 나타난 것은 통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이며, 일반적인 임상 상식으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

코오롱티슈진(950160)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가 미국 임상 3상 두 건 중 한 건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회사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공도 실패도 아닌 절반의 성공"이라고 규정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담하다.

이날 오전 10시 34분 기준 코오롱티슈진은 전 거래일보다 29.90%(1만8300원) 내린 4만2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9년 '인보사 사태'로 시작된 7년간의 기사회생 드라마는 이제 남은 임상 한 건,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협상력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가 21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무릎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TG-C'의 미국 임상 3상(TGC15302) 결과에 따른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약효는 유지됐지만"…위약 효과 급증에 무너진 3상

코오롱티슈진은 전날 공시를 통해 미국 임상 3상(TGC15302·환자 531명)의 톱라인(주요 지표) 결과를 발표했다. 12개월 시점 공동 1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통증지수(VAS)와 통증·경직·신체기능을 종합 평가하는 WOMAC 총점 모두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TG-C 투여군 자체의 통증 개선 폭은 임상 2상과 큰 차이가 없었다. VAS 기준 통증 감소 폭은 임상 2상 39.7점에서 이번 3상 38.7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위약군의 통증 감소 폭이 임상 2상 24.3점에서 이번 3상 39.2점으로 크게 늘면서 두 군 간 차이가 사실상 사라졌다.

임상 2상에서 위약 대비 15.4점 앞섰던 TG-C의 상대적 효과는 이번 3상에서 오히려 -0.5점으로 역전됐다.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공도 실패도 아닌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위약 반응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허가 전략과 상업화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허가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어질 수 있지만 상업화 추진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은 당초 2027년 1분기 FDA에 품목허가신청(BLA)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골관절염 임상에서 위약 반응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는 사례 자체는 드물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번처럼 위약군의 개선 폭이 치료군과 비슷한 수준까지 커진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복수의 임상기관에서 환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환자군의 이질성이나 생활습관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 같은 설명만으로 FDA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전성에서 새로운 이상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공관절 치환술 시행 비율은 TG-C군 0.6%, 위약군 5.3%로 TG-C군이 더 낮았다. 회사는 이를 인공관절 수술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로 해석했지만, 업계에서는 1차 유효성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결과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번째 임상에 달린 운명…FDA 협상력 시험대

이제 남은 임상은 미국 3상 TGC12301(환자 535명) 한 건이다. 이 시험의 톱라인 결과가 코오롱티슈진의 허가 전략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TGC12301에서 통증지수(VAS)와 WOMAC 총점 모두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경우, 코오롱티슈진은 '1건 성공·1건 실패'라는 결과를 토대로 FDA와 허가 전략을 협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단일 성공 사례만으로 BLA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두 임상 간 위약 반응 차이의 원인 규명과 추가 분석, 보완 자료 제출 또는 추가 임상 필요 여부 등이 핵심 협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TGC12301마저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두 건의 확증 임상 모두에서 통증 및 기능 개선 효과를 증명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현행 개발 전략만으로는 FDA 허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업화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전 대표는 "FDA가 최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단일 임상에서도 충분히 강력한 결과가 확보될 경우 허가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다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두 번째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회사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가 임상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설명이다.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21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무릎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TG-C'의 미국 임상 3상(TGC15302)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공개되지 않은 24개월 추적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구조적 개선 지표(JSW·MRI)가 얼마나 개선됐는지가 관건이다.

코오롱티슈진이 목표로 하는 '세계 최초 DMOAD(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골관절염 치료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통증 완화뿐 아니라 연골 재생 등 구조적 개선 효과도 함께 입증해야 한다. 이번 TGC15302에서 통증과 기능 개선이라는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만큼, 구조적 개선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더라도 DMOAD 허가 가능성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상 2상에서는 MRI상 연골 손상 진행 감소와 활막염 억제 등 구조적 개선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3상은 환자 수가 102명에서 1066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난 만큼 구조 지표의 통계적 신뢰도는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허가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 론자와의 생산 계약도 변수로 떠올랐다. 품목허가 신청 일정이 지연될 경우 생산 일정과 계약 조건을 다시 조율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문종 코오롱티슈진 공동대표는 관련 조선비즈 질의에 "24개월 추적 데이터는 현재 세부 분석을 준비하고 있다"며 "론자와의 계약도 향후 허가 일정에 맞춰 협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임상 외 변수도 산적…CRO 논란·인보사 소송

이번 발표에서는 임상 결과와 별개로 데이터 분석 방식도 논란이 됐다. 코오롱티슈진이 톱라인 분석을 통상적인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나 외부 통계기관에 맡기지 않고 자체 분석팀이 수행했다고 밝히면서다.

자체 바이오통계 인력을 보유한 경우 데이터베이스 잠금(Database Lock) 이후 내부 분석을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톱라인 발표를 앞두고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내부 분석 방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의구심도 커졌다.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지난 5월 12일 52주 신고가(13만8800원)를 기록한 뒤 지난 16일 장중 5만5400원까지 떨어지며 하한가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금융당국이 관련 경위를 들여다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두 번째 임상(TGC12301) 결과 발표 때는 분석 주체와 검증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의혹을 일축했다. 노 대표는 "내부에 바이오통계 인력을 갖추고 있어 자체 분석을 진행한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며 "전체 분석은 내부에서 수행했지만 일부 통계 항목은 외부 벤더를 통해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위약군 관련) 원인 분석 과정에서도 전체 데이터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인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통계 분석은 소수의 내부 인력이 수행했고 관계자들의 주식 거래도 제한했던 만큼 내부 정보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과거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9부는 지난 9일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 139명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9년 8월 소송이 제기된 지 약 7년 만에 나온 1심 판단이다. 법원은 허가 당시 '연골 유래 세포'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신장 유래 세포로 제조된 점을 제조상 결함으로 인정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판결문을 받은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인보사 관련 나머지 두 건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이어질 경우 법적·재무적 부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후속 소송의 판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임상 3상은 세포 기원이 신장 유래라는 사실을 참여자에게 사전에 고지하고 규제기관의 검증 절차를 거쳐 진행된 만큼, 2017년 국내 인보사 사태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