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알루론산 필러와 보툴리눔 톡신 전문 기업인 제테마(216080)가 기존 미용·성형 유통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비만, 노안, 탈모 치료제 시장에 잇따라 진출한다. 신규 영업망 구축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주요 고객층이 일치하는 고부가가치 비급여 시장을 선점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남정선 제테마 대표는 지난 16일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새 비전인 '에스테틱을 넘어(Beyond Aesthetic)'를 발표한 직후 조선비즈와 만나 이 같은 신사업 로드맵을 밝혔다.

남정선 제테마 대표가 16일 자사 판교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박수현 기자

제테마는 필러 브랜드 '에피티크'와 보툴리눔 톡신을 주력으로 성장해왔으며, 현재 필러 사업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매출 구조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미용 성형 시장 환경에서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제테마가 그 대안으로 비만, 노안, 탈모를 선택한 건 이 분야들이 회사의 기존 사업과 동일한 '비급여 미용·웰빙' 생태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피부 탄력이나 주름 개선 시술에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들은 체중 감량, 시력 노화 방지, 머리숱 관리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며 "그간 구축해 놓은 병·의원 영업 네트워크에 새로운 제품군을 얹어서 공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막대한 유통망 구축 비용을 쓰지 않고도 신속하게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비급여 시장은 의사를 대상으로 한 학술 세미나와 브랜드 구축, 소비자 영업 등 급여 시장과 유통 방식이 전혀 달라 기존 제약사의 진입 장벽이 높다"며 "제테마는 이미 이 시장에서 20년간 경험을 축적한 만큼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제테마 로고./제테마

◇매일·매주 주사제에서 알약까지...비만 치료제 '3트랙'

비만 치료제 시장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접근한다. 가장 먼저 매출이 가시화되는 것은 매일 스스로 주사하는 방식의 '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복제약)이다. 국내 제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매주 맞는 주사제와 달리 매일 투여하는 방식은 이상 반응이 나타났을 때 투약을 즉시 중단해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 성분)'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나 단기 체중 감량을 원하는 수요층을 우선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제품이 될 일주일 단위 주사 제형의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은 인도 제약사 두 곳을 파트너 후보군에 두고 도입 계약을 조율 중이다.

남 대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두 후보 제품의 허가 요건 분석(갭 분석)을 의뢰해 국내 허가가 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파트너를 검증하고 있다"며 "파트너가 확정되면 원개발사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에 맞춰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먹는(경구용)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 역시 이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파트너 후보사들과 함께 협업 범위를 넓혀나가는 방향으로 도입을 협의 중이다. 남 대표는 "알약 제형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하되, 천문학적인 직접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이는 대신 검증된 파트너사의 제품을 도입하는 개방형 협력(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실리를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히알루론산 DNA'로 안과 개척..."내년 매출 가시화"

신사업 중 매출이 가장 먼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노안 개선 점안제다. 글로벌 제약사 제품의 효능을 개선한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을 도입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남 대표는 "이르면 올해 말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며 "리라글루타이드 제네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진입해 초기 비급여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테마가 안과 영역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존 미용 성형 사업과의 원료 유사성이 있다. 필러의 핵심 성분인 히알루론산은 안과 수술 보조제나 안구건조증 치료제에도 널리 쓰이는 원료다. 실제로 남 대표를 비롯한 창업 멤버들은 과거 휴메딕스 재직 시절부터 히알루론산 기반의 안과용제를 개발하며 안과 학계 및 전문의들과 수년간 관계를 다져왔다.

남 대표는 "다초점 백내장 수술 등을 활발히 시행하는 안과 병·의원은 미용 피부과처럼 비급여 마케팅이 활발해 영업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며 "자체 영업 인력과 안과 전문 영업대행사(CSO), 다른 중소 제약사와의 판매 협력을 연계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3상 후보물질 검토 중…2029~2030년 출시 목표"

탈모 치료제 시장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전성 검증에 무게를 두고 접근한다. 남 대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특정 효과를 내는 성분의 발견으로 급팽창했듯, 탈모 시장도 면역 반응을 조절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막는 'JAK(야누스키나제) 억제제'처럼 확실한 치료 효과를 가진 물질의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되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학을 전공한 남 대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품 도입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해외 후보물질 3종을 비교·분석 중이며, 이 가운데 효능과 부작용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약물을 최종 선택해 오는 2029~2030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16일 제테마 판교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새 사업 방향을 알리는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제테마

◇매출 1조 겨냥 M&A 시동..."중소 제약사 인수해 시너지"

남 대표는 오는 2030년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이를 위한 전략으로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남 대표는 "주사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중소 제약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인수한 제약사에 제테마의 비급여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 가장 신속한 성장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의 자금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의 가격(약가) 인하 여파로 매물로 나온 중소 제약사들의 인수 비용이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추진 중인 신사업에 대해서도 "공장 신설 등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지 않아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제테마는 앞서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여기에 판교 사옥을 매각한 뒤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330억원을 추가 확보해 총 63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자금으로 단기 채무 상환과 신규 영업망 구축을 완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 대표는 기존 사업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보툴리눔 톡신 사업은 현재 미국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간 미국 임상 비용 지출이 주가에 일시적인 부담을 줬으나, 올해 하반기 태국 등 글로벌 수출이 개시되고 내년 중국 시장 매출이 반영되면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