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006280)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회사는 충북 오창공장에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전용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차세대 혈장분획제제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는 16일 충청북도, 청주시와 청주시 내 중장기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오창공장 등에 총 5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구축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이 가운데 1400억원은 SCIG 생산시설 구축에 투입된다.
이날 회사는 별도 공시를 통해 오창공장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14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자 기간은 이날부터 2030년 말까지다.
면역글로불린은 원발성 면역결핍증, 자가면역질환, 신경계 질환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혈장분획제제로, 고령화와 치료 범위 확대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생산설비 증설이 아니라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한 생산 기반 확보 차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회사는 최근 '더 팹 파이브(The Fab Five)' 전략을 발표하며 시장성과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5대 핵심 파이프라인을 선정했고, 이 가운데 20% SCIG 후보물질 'GC5136B'를 최우선 개발 자산으로 내세웠다.
현재 비임상 단계인 GC5136B는 최적화된 생산 공정을 바탕으로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는 전용 생산라인을 미리 구축해 상용화 이후 생산과 공급을 신속하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가 SCIG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미국 시장의 높은 성장성이 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연간 약 144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시장으로, 최근에는 병원에서 정맥주사(IVIG)를 맞는 방식보다 환자가 집에서 자가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IG) 제형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 중인 20% 고농도 SCIG 제품은 현재 3종에 불과해 신규 진입 여지가 있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GC녹십자는 GC5136B 상용화 이후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독자적인 생산 공정을 통해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2023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아 선천성 면역결핍증 치료용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로 미국 시장 진출했다. 2024년 7월 현지 출시 이후 매출도 성장세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49억원으로, 작년 1분기(86억원)보다 약 4배 늘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이번 투자는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면역글로불린 제품 '알리글로(Alyglo)'의 성과를 이어갈 중요한 결정"이라며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해 고부가가치 생산 인프라를 확충하고 혈장분획제제 분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GC녹십자는 최근 관계사 큐레보(Curevo)가 일라이 릴리에 인수되면서 약 3087억원의 선급금을 수령했다. 회사는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오창공장 투자와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